100원의 추억
오늘 동전 지갑을 살펴보다가 새로나온 10원짜리와 낡은 1980년도 100원짜리를 보게 되었다, 80년도라면 100원이 100원 같지 않은 시절의 돈일 것이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나 어릴때 100원은 내가 생각하는 세상의 거의 대부분을 구매할 수 있는 돈이었다.


당시 막 생기기  시작했던 슈퍼마켓이라는 곳에서는 100원을 주고 과자를 하나 구입하면 10원을 거슬러 주던가 아니면 불량식품 쫄쫄이를 주던가 했다, 또 100원으로 살 수 있는 과자의 폭도 대단히 넓어서 평소 보기 힘든 - 내 키보다 높은 곳에 있던 - 박스 과자를 원하지만 않는다면 난 얼마든지 행복한 세상속에서 살 수 있었다. 그 뿐인가? 100원을 들고 싸구려 문방구 오락기 앞에서는 한판에 10원으로 무려 10판을 즐길 수 있었고 전문(?) 오락실에 가면 50원으로 두판을 즐길 수 있었다, 당시에는 시간 제한이 있는 게임도 얼마 없었고 단순 패턴의 것들이 많아서 오락실에 자주가는 고수의 경우 하루종일도 붙잡고 놀 수 있었다. 물론 몇만점 이상 넘어가면 주인 아저씨가 나와 말도 없이 전원을 끄고는 500원짜리 동전을 주면서 집에 가라고 말했다, 어릴때는 그렇게 500원 받아서 가는 아이들이 무척이나 부러웠다 이상하게도 난 그런것에는 재주가 없는지 500원을 받을 만큼 오래 끌지를 못했기 때문이었다.

또 다른 곳에서도 100원은 대단히 유용했다, 학교 앞 문방구에서는 100원으로 살 수 있는 장난감들이 널려 있었다, 바람 불어넣어 움직이는 개구리와 말. 그리고 조그만 박스에 들어가 있는 간단한 조립식 장난감들과 조그만 봉지에 담겨 있던 풍선들과 물총들 그리고 주사위와 각종 게임들이 그려져 있는 게임판들..., 이런 것들은 내가 쥐고 있는 100원으로 선택이 가능한 멋진 물건들이었다. 어떤것을 선택해도 즐거웠고 내가 가진 100원은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까지도 얻을 수 있는 대단한 것이었다.

거기다 100원으로 즐길 수 있는 사행성 놀이도 있었으니 바로 뽑기였다, 당시 100원이면 주인 아저씨기 서비스 하나를 포함해 세개를 찍어 주었는데 가장 쉬운 난이도의 별 모양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배모양까지 원하는 대로 찍었다. 다만 별모양은 완벽하게 떼어 내어도 상품이 없었고 고난도의 배모양은 완벽하게 떼어내면 상품으로 달고나 하나를 주었다, 헌데 지금 생각해 보면 고난도의 배모양은 절대 떼어내질 못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모양을 찍을때 아저씨는 슬쩍 한쪽을 약하게 눌러 그 부분은 꼭 잘못 깨어지도록 만들어 버렸으니까, 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실패하면 실패하는대로 성공하면 성공하는대로 그것은 어린 나에게 기쁨이 될 것이었으니 말이다.



아주 꼬맹이였을때는 출근하는 아버지를 잡고서는 "아빠 100원만" 이라고 말하면 아버지는 주머니를 뒤져 100원을 꺼내 주시곤 했다, 그보다 나이가 좀 들은 다음에는 100원을 얻기 위해서는 구두를 닦던가 심부름을 해야했다. 언제였는지 기억은 잘 나질 않는데 그때 난 뭔가 엄청난 도전을 해보기로 했다, 바로 "200원을 얻어야 겠다" 라는 것이다. 평소 100원으로도 상당히 많은 것을 살 수 있었는데 200원이라면 그때 나에게는 엄청난 돈이었고 또 그렇게 받아본적이 없었기에 그것은 그것 나름으로도 도전이었다.

두근두근, 긴장된 마음으로 나는 조심스럽게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몇번을 쭈뻣거리다가 조그만 소리로 말했다. "아빠 200원만 주세요" 아! 얼마나 힘든 한마디였던가. 그런데 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나왔다 "오늘은 어쩐일로 200원이냐?" 라시더니만 그냥 200원을 꺼내 주신 것이었다. 난 200원을 받은 기쁨과, 내가 생각한 어려움에서 어긋난 묘한 심정과, 200원이 손에 쥐어진 묵직함이 어우러진 야릇한 기분을 느낀것으로 기억한다. 그만큼 나 아릴때의 100원은 큰 의미였던 것이다.




지금 100원은 가치가 없다, 10원은 쓸곳도 없고 요즘에는 돈 아깝다고 조그마한 모양으로 예전의 1원을 연상 시키는 그런 모양으로 나오고 있다, 100원도 거스름돈 이상의 가치는 가지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과자 하나를 사려고 해도 1000원짜리는 있어야 하고 게임방에서 놀려고 해도 1000원은 필요하다. 버스를 타도 100원짜리 아홉개 이상이 필요하고 자판기에 커피를 뽑아 마시려고 해도 몇개는 필요하다. 과연 지금 딱 100원을 들고가서 할 수 있는 것이 몇개나 있을까? 예전에 100원이 선택을 위한 두근거림이었다면 지금의 100원은 가능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를 생각해야 할 형편이다.

세상은 참 많이 달라지고 돈의 가치도 그만큼 변했다, 지금 나는 어릴때의 나의 마음이 아닌지라 지금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잘 알 수 없다. 지금 아이들은 100원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리고 그때 100원의 가치는 지금 얼마의 가치일까?


문득 그때가 그리워 진다.
 
by 파파울프 | 2007/03/20 19:27 | 트랙백(1) | 덧글(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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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everywhere i.. at 2007/03/22 23:22

제목 : 100원만요~
파파울프님의 포스팅, 100원의 추억 글을 주욱 읽어 내려가다 생각난 파일하나. '어버이날 편지' 이 편지를 읽을때마다 나도 궁금하다, 대체 백원 달라고 졸라서 뭘 했을까.. 오전반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군것질? 땡그랑 한푼 땡그랑 두푼 저금? 요건 아닌 듯.. 크크 자꾸 생각하니 기억이 나는 것도 같다. 아빠 손에 들린 내 사각형 책가방. 그리고 헤어질땐 어리광 잔뜩 부리며 .. 베베 꼬며 두손 벌려 '백원만 주세요오~'를 ......more

Commented by 명주잠자리 at 2007/03/20 20:15
제가 아는 사람 몇은 새로나온 십원짜리를 구멍 내어서 핸드폰줄에 같이 걸어 놓던데요...
Commented by 사바욘의_단_울휀스 at 2007/03/20 22:19
어렸을적 추억이군요.요즘 아이들은 부모님께 천원만이라고 할까요?
Commented by 낭만여객 at 2007/03/20 22:27
오늘 새로나온 10원짜리를 봤습니다. 이거 완전 장난감같더군요 후후
마치 동전이 아닌것같은 낮설은 느낌이라니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7/03/20 22:57
심부름 하고 백원만을 외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천원으로 편의점에서 배달시키는 시대가 되었으니
그때가 그리워지는 걸 어찌할 수 없네요 ㅡ.ㅡ)
Commented by 카시아파 at 2007/03/20 23:23
저는 심부름~ 을 외치고 10원만 하던 시절이 기억납니다. 초딩 1~2학년 때는 10원만~ 하다가 3학년 쯤 가서는 50원만~ 을 외쳤지요. 참으로 격동의 시대였습지요. -_-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7/03/21 01:28
100원....이라...전 50원이었습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3/21 03:11
명주잠자리님/ 오호~ 이쁘긴 하던데 저도 그렇게 해볼까나... (당연히 하면 불법이죠 ^^; )

사바욘님/ 음... 천원만이라... 근데 천원이 예전에 100원만큼 만족감을 줄라나 모르겠네요.

낭만여객님/ 정말 쪼그마하죠? 처음에 받아보고 놀랬어요.

푸른마음님/ 가끔 옛날 생각을 참 많이 하게 됩니다, 특이 이렇게 비교되는 것들에서는요

카시아파님/ 아... 10원이라... 전 100원에서 그 다음으로 오른 것은 기억이 없어요.

하츠네님/ ^^
Commented by Ritsuko at 2007/03/21 06:25
전 100원만 하다가... 500원만.... 이라고 했습니다..... 아니면 천원.... 그때 천원으로 올리기도 했지요.... 근데 문제는 그당시에 물가가 매우 올랐기 때문인지... 100원으로 과자를 사기가 힘들었어요. 그때 신라면이 200원 정도였으니까요...
Commented by 파김치 at 2007/03/21 10:27
제가 어렸을 때 과자가 300원, 비싼 건 500원 했었어요. 그래서 오뎅이 50원이라는 소리에 많이 사먹었죠(..)
Commented by 레무네아 at 2007/03/21 11:21
저는 그때당시 과감하게 150을 요청(땡깡)했죠...
이유는.. 빙*레 바나나우유(항아리모양)를 마시기위해서 어머니께 목숨걸며 사달라고 졸랐던 생각이 나는군요 @_@...
(아.. 매일매일 사달라고했다가 먼지나게 맞았던 기억도 같이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슈타인호프 at 2007/03/21 13:04
초등학교때...1주일에 100원씩 받았죠....^^
Commented by 아케트라브 at 2007/03/21 14:44
구두닦을때마다 300원씩받았더랬죠. 츄파츕스도 200원하는 세상입니다 흑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3/21 16:17
Ritsuko님/ 전 100원에서 그 다음 기억이 없어요 아마 바로 용돈을 받아 써서 그런가 봐요, 한달에 3천원 이었나? 고등학교때는 5천원이었고요. ^^

파김치님/ 300원이라면 꽤나 올랐을 시기였겠네요, 과자가 한동안 100원 하다가 은근슬쩍 확 올려버린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그때 이유가 "밀가루 값이 올랐다" 였던가? 그랬을 겁니다 ^^

레무네아님/ 바나나우유~ 전 이상하게 단지우유는 그다지 원하지 않았던것 같아요, 제가 100원 받을때도 단지우유는 있었을건데...

슈타인호프님/ 전 받는 방법은 참 다양했어요 ^^ 착한일 하면 받기도 했고...

아케트라브님/ 지금 생각하면 닦았던 그 구두 다시 닦아야 했을거에요, 어린애 힘으로 뭔 광이 났겠습니까...
Commented by 예거마이스터 at 2007/03/21 16:25
이 글을 보니, 저도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Commented by 레무네아 at 2007/03/21 18:25
저는 바나나우유에 목숨 걸었거든요 아직도 그런긴 하지만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3/21 21:45
예거마이스터님/ 옛날 기억은 가끔씩 하면 정말 행복해져요

레무네아님/ 제 친구중에 한명이 그런 녀석이 있었어요, 어떤 음료가 있어도 오로지 단지우유!
Commented by 총천연색 at 2007/03/30 00:52
예전 돈에 대한 추억은 별로 없는 것 같네요.
전 오늘을 추억했으면 좋겠어요.
천 원의 행복 같은 걸로 말이죠. ㅎㅎ;

근데 제 세대 때 화폐개혁이 있을 것 같으니까... 흐으응;;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3/30 01:06
총천연색님/ 뭐랄까... 예전 돈이라기 보다 그때 그 상황이 그리운 것이겠죠 쪼꼬만할 때의 그 기억 ^^ 간간히 생각나는 것들인데 그것이 왜 그리 그리운지...
Commented by inner at 2007/05/14 02:20
어렸을때 하루 용돈이 50원이었던거 같네요..그게 핫도그 하나 값이었으니까
지금은 500원과 맞먹는다고 할 수 있겠네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7/05/15 21:36
inner님/ 그러고 보니 그때 핫도그가 50원 이었던것 같군요, 쏘세지 하나 들어가 있다가 나중에 반개로 바뀌고 그러다가 100원으로 올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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