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새로운 상징물로 해치를 선정한 모양입니다. 해치 혹은 해태라고 하는 상상속의 짐승이지요. (해태제과 할때 그 해태 맞습니다) 해치는 경복궁 복원 때 정문인 광화문에 화기를 억누를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고 하지요. 하지만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해치가 사용된 곳이 단지 광화문 앞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미 오래전 부터 관복의 흉배에 해치 문양을 넣었는데 이는 해치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 때문이었습니다.해치는 단지 화기를 억누르는 신수의 역할 이외에도 선과 악을 구분하고 악한이를 벌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해치의 외뿔을 가져다 대면 결코 속일 수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 상징성 때문에 해치 문양은 대사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정조 9년 해치 흉배는 대사헌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였죠. 대사헌이란 공직자의 관리 감찰을 담당하던 사헌부의 수장을 말합니다, 왜 해치가 대사헌의 상징인지 아시겠지요?)
이번 서울시의 상징 결정에 많은 논란이 오고가는 모양입니다. 중국의 상징물이고 서울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에서도 쓰이는 것을 상징으로 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서울시가 쓸때없이 상징만 잔뜩 만들고 앉았다 라거나 상징만 만들면 뭐하나? 라는 논란은 이 이야기에서는 접어 두도록 하지요) 그러나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미 신라시대 최치원의 기록에 해치부장이라는 말이 등장 할 만큼 해치가 들어온지는 상당히 오래 되었습니다. 또한 중국이나 일본의 해치와 우리나라의 해치는 모양이 약간 다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해치는 사나운 짐승의 모습이나 우리의 해치는 그렇지 않죠, 넓은 코와 둥근 얼굴형으로 비록 뿔과 긴 이빨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두려움을 주는 그러한 것이 아닙니다. 마치 불가의 사천왕상이 우리와 다른 나라간에 차이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겠죠.

그것이 중국에서 온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것이 아니라고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한자가 중국에서 발명되고 중국에서 쓰인 문자라고 우리의 옛 기록들이 중국의 기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우리가 원하는 모습으로 변한 순간 그것은 중국에서 나서 우리 나라에 사는 우리 것이 되는 것입니다. 억지로 중국 원류인 것을 빼버리면 과연 어떻게 될까요? 우리 문화는 팔다리 빠진 만신창이로 변하고 말 것입니다.
다른 예로 일본의 초밥을 아실겁니다. 초밥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죠. 헌데 이 초밥의 원류는 중국이라는 것을 아시나요? 일본 초밥의 원형인 나레즈시 초밥 (밥을 아래에 두고 위에 생선을 판처럼 올려 자른 음식)은 원래 중국 운남성이나 미얀마, 타이 등지에서 생선 속에 밥을 넣고 돌로 눌러 발효시켜 잘라먹는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그것이 일본에 들어가 나레즈시 초밥으로 그리고 그 이후에 우리가 아는 에도마에즈시 초밥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렇듯 초밥의 원류가 중국이라고 해서 초밥을 일본의 음식이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중국식의 해태 (상), 광화문 앞의 해태(하) ... 똑같은 놈으로 보이시나요?>
전 최근 상징물 선정이라고 하면 적당히 지역 특산에 일본식 왕눈이 그림을 붙여 쓰는 것에 불만이 많았습니다. 송이 축제를 가니 송이가 뇌를 다 덮을 만한 왕눈이 송이맨이 되어 있고, 홍길동이 역시 왕눈이 홍길동, 이도령과 춘향이도 마찬가지였죠. 그러다 보니 어디를 가도 그게 그거인 것 처럼 느껴지는 이상한 느낌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치 같은 것들을 씀으로 해서 그런 것과 차별적 요소도 가질 수 있고 전통적인 문양에 대한 느낌도 받을 수 있겠죠.
물론 여기서 그냥 둘 것은 아닙니다. 계속 개선해서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좀 더 우리의 것이라는 느낌으로 개량해 나갈 필요는 있겠죠. 그리고 한 번 정했으면 좀 진득하게 끌고 나갈 필요도 있겠고요. 그리고 좀 더 과욕이기는 하겠지만 그걸 보는 사람들이 해치의 의미를 알고 뭔가 좀 깨우쳤으면 하는 바램도 있기는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