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적
첫째 : 용맹하면서도 뛰어나 경외감 마져 품게 하는 적.

사실 이런 상대와 대적한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느껴질 정도의 적이 있다. 나 또한 그만큼의 수준에 달하지 않는다면 필패는 분명한 것이고 이것이 전장터일 경우에는 나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것이니 두렵지 않을 수가 없다. 허나 진다고 해도 부끄럽지 않으며 이긴다고 해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이런 적이다.


둘째 : 무능한 상사.

지휘관이 무능하면 부하들이 아무리 뛰어나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 사사건건 트러블만 일으키고 의외로 이런 인간들이 속은 밴뎅이 소갈딱지 만~ 해서 뛰어난 부하들을 시기하고 질투하여 그의 앞길을 막아 버리기도 한다. 본인이 군대 있을 때 이런 무능한 인간을 봤다. 그의 계급이 대위였으니 지금 어떻게 하고 있을라나 궁금해 진다. 어쨌거나 그래도 무능한 상사를 잘 구슬려 어떻게 하든 최악의 상황만은 피할 수 있도록 할 수는 있다. 패하더라도 다 죽는 길은 면한다는 거다.


셋째 : 무능하면서도 신념과 소신이 가득한 상사.

가장 무서운 적이다. 그냥 무능하면 이용할 수나 있지 이런 부류들은 자기 신념에 뭉쳐져서 쉽게 변화하지도 않고 쉽게 조종할 수도 없다. 보통 히틀러가 그런 인물이다. 흔히 2차 대전 초반 승리를 히틀러가 똑똑한 탓으로 돌리는 사람도 있더라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 독일군의 신화는 히틀러 개인의 능력도, 훌륭한 무기도 아니었다. 독일군의 승리의 배경에는 당시 독일이 가지고 있던 국민 무상교육으로 질적 수준이 높은 개개의 병사들과 일선 지휘관을 기반으로 목표만 전달하고 전술적 판단은 상황에 알맞게 대처하게 하는 프러시안군의 전통 때문이었다.

어찌보면 둘은 같은 이야기인데 개개의 병사들의 수준이 높기 때문에 굳이 복잡한 명령을 하달하지 않아도 전략과 전술을 이해하고 그것에 맞춰 실행할 수 있었기에 대단히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다. 이런 군대는 대장이 죽으면 준장이 준장이 죽으면 대위가 대위가 죽으면 소위가 소위가 죽으면 병장이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을 정도였다. 미군이나 러시아군은 그런 질적 수준이 못 되었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사실 2차 대전 초반 독일군의 신화가 만들어질 당시 독일군의 무기는 연합군의 그것에 비해 별다를 것 없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폴란드를 침공하고 프랑스를 침공할 당시 독일 전차의 포는 20mm 기관포를 단 것들이 주종을 이룰 정도였다.

헌데 이러던 것이 전쟁 후반으로 가면서 히틀러의 간섭이 시작되었고 개개의 어거지 작전에 군대가 버텨내지를 못하면서 몰락이 시작되는 것이다. 후퇴해야 할때 후퇴하지 못하고 군대가 원하는 목표가 아닌 히틀러가 원하는 목표에만 집착하게 되면서 리듬을 잃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통신이 발달한다 해도 결국 현장에서 판단하는 것 보다는 못하다.

결국 히틀러는 지하 벙커에서 자살할 때까지 자신이 모든것을 움직여 보려고 했고 그 뜻대로 되지 않자 엉뚱한 장군들에게 화풀이나 하는 둥 전형적인 "무능하면서도 소신에 넘친" 그런 지휘관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우리는 히틀러가 어떻게 죽었는지 그리고 그 이후 독일이라는 나라가 어찌 되었는지 잘 알고 있다.





아직 몇 달 되지도 않는 정권을 두고 단정해 무능하다고 한다면 그건 가혹한 것일른지도 모른다. 또 실행되지도 않았고 정보에 있어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밖에 없는 보통 사람들이 통치행위에 대해 왈가왈부 한다는 것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심지어 법에서도 통치행위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사법의 판단 범위에 여지를 두지 않는가? 따라서 사사건건 트집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겠다.

그러나 지금 정권이 초반에 저지른 실수들이 나은 선택을 위한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의 실패가 아니라 아무런 생각없이 다른 것을 얻기위해 무작정 저지르다 벌인 실수로 보이는 것에서 문제점을 보게 된다. 그리고 국민적 저항을 생각하지 않은 (그것이 사실에 관계한 것이든 아니든...난 이 시위가 단순 포퓰리즘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판단으로 지금 정부는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버린 것이다. 지금 어떻게 하겠는가? 수입하면 국민이 등을 돌리고 거부하면 미국이 등을 돌린다.

결국 더 큰 것을 쥐여주고 눈가림을 하던가 아니면 총칼로 진압해 버리던가 해야 하는데 그것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니다. 아마 전자를 택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혹여 무능한 지휘관 아래 숨겨진 진주가 있어 아무런 손해없이 땜빵을 한다면 아주 좋겠지만 그런 인물이 있는가 모르겠다.

차라리 이번 일을 기회삼아 자신이 무능하면서 소신만 있는 지휘관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그것을 깨닫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며 남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다면 그는 그 순간부터 무능이라는 딱지를 떼어 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을 그저 한때의 소란으로 치부해 버리고 끝까지 자기 신념대로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려 한다면 몰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본인 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까지 말이다. (본인만 망하면 얼마나 좋으냐만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다 함께 물고 떨어질 수 있는 자리다)


히틀러가 자신의 생각을 바꿀 찬스는 몇 번이고 있었다. 그러나 초반의 성공이 그의 눈을 가렸고 결국 그의 머리에 총알이 뚫고 지나가고 독약이 몸을 마비시킬 그 순간까지 그는 그의 신념을 버리지 못했다. 어쩌면 초반 이런 실패가 지금 정권에게 약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만약 성공했더라면 성공한 것을 그리며 끝까지 갔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아직까지 조상님이 보우하시는지 실패가 실패가 아닐 기회가 주어진 것 같다.
by 파파울프 | 2008/06/05 09:53 | 썰! | 트랙백 | 덧글(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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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퍼 at 2008/06/05 10:01
무능하면서도 신념과 소신이 가득한데에다가 성실하기까지 한 상사 (..어우 무서워..)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5 10:12
새벽에 출근하면 뭐합니까... 노가다라서 생각없이 몸만 굴리면 되는 일도 아닌데... (직업 비하가 아니라 쓰는 용도가 다른데 말이죠)
Commented by 레여 at 2008/06/05 10:11
음. 정말 무능하면서 쓸대없이 신념이 굳건한 윗머리는 참 무섭죠...
뭔가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좋은 글이었습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5 10:13
신념이 능력에 맞춰 주면 오죽 좋겠습니까만... 역사를 뒤져보면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더군요. 그리고 그 종말은 말할 필요도 없겠고요
Commented by 에르네스트 at 2008/06/05 10:24
유명한 4대 인물론(똑똑하고 게으른사람,똑똑하고 열심히하는사람,멍청하고 게으른사람,멍청하고 열심히하는사람) 으로 따지면 군대에서 없어야할 존재이시군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47
4대 인물론을 적으로 압축하면 저런게 나오죠. 재미있게도 무서운 적 세개 중 두개가 우리편의 적이라는 것이 재미 있지요.
Commented by 比良坂初音 at 2008/06/05 10:57
통상적으로 2번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3번이더군요
1번이야 뭐 유명한 사람있죠....엄친아(....)
그런데 3번에게는 시간을 얼마를 주건 기회를 얼마나 주건 소용 없다는게 더 무섭죠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6/05 11:32
엄친아...-_-)b
Commented by 일곱 혼돈 at 2008/06/05 11:59
논쟁을 벌이게 되었을 때, 내 반대편에 선 진중권 교수도 1번일 듯 ㅎㄷㄷㄷ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48
사실 생각하기 꽤나 어렵지요, 당장 자기 자신이 그런 부류라는 것을 깨닫는 사람은 정말 드물껄요?
Commented by 샛별 at 2008/06/05 11:10
프로젝트할때 가장 무서운적이 2번과 3번타입이라죠.
아 생각만해도 뒷통수가 떙기네요
쉣다뻑 진짜 저런사람들이랑 하면 진척이 안나가고, 마감3일전에서야 GG때리고 저한테 전권을 넘겨주는 상황이 자주 오니깐 이제 꼴배기가 싫어져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1번타입은 저의 적이됬든 우군이 됬든 무조건 닥치고 존경.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49
항상 발목을 잡는 것은 적 보다 아군일 경우가 많죠. 어떤 상황에서건 말입니다. 전쟁사를 보다보면 그런 경우가 한두건이 아닌지라 사람이 얼마나 중한가 생각해 볼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Commented by 위장효과 at 2008/06/05 11:11
힛총통 생각은 하지도 못했는데 이렇게 비교해놓고보니...이건 완전 동양판 힛총통되겠는걸요.
그렇잖아도 얼음집에서 "혹시 한국판 스탈린그라드-북경공방전"벌어지는 거 아냐."하면서 그냥 웃었는데 이거...정말로 현실화될까 두렵습니다.
(꼭 전쟁이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수렁은 얼마든지 있을테니까요.)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49
그만한 깡이나 있을란가 모르겠습니다. 외국에 나가서 삽질하는 꼴을 보면 그 전에 잡아 먹히기 쉽상일건데 말이죠.
Commented by blus at 2008/06/05 11:30
외교전에서는 울히 장로님이 발로 뛰는 성실한 무능함을 보여줌으로서 이미 대패하신 것이 아닐까합니다.ㅠㅠ..그나저나 대국민전선에서는 광정면동시접촉전술을 보여줌으로서 '어쩌면 유능한 것이 아닐까?'도 싶었는데 총통부터 일선지휘관이나 고급지휘관 모두 무능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좋은 전략도 좋은 지휘관과 전술적 판단이 없다면 개털린다는 현실을 보여주셨습니다.

이제 권좌를 하느님께 봉헌하시려 하시는 길만이 그분이 생각하는 타개책이 아닐까해요.
저희야 그래주면 더 좋겠지만요.=ㅂ=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0
대패죠... 결국 국내 사정과 국외 사정을 하나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진퇴 양난에 빠져 항복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상황에 있으니 말입니다. 스탈린그라드에 고립된 독일군과 같다고 할까나요
Commented by 자그니 at 2008/06/05 11:33
그 분은 뇌를 이미 하느님께 봉헌하셨습니다...(응?)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0
뇌만 봉헌했으면 다행이게요?
Commented by 정시퇴근 at 2008/06/05 11:53
독일 초반에 저러했었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전쟁쪽은 좀 -_-;; 잘몰라서..)
2mb가 정면돌파를 생각하고 있다는 뉴스를 어제 봤는데 정신이 아찔합니다.
그런 그를 막기 위해 시위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_-);;;;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2
정면돌파라는 것이 뻔하죠, 하지만 과연 정면돌파만 할까 생각듭니다. 정면돌파할 꺼리라면 이미 알고 있어야 하는거고 대부분 연막치고 들어가기를 시도하겠죠. 이쯤에서 간첩이나 유명 기업의 비리 정도 하나 터져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겁니다.
Commented by 어릿광대 at 2008/06/05 13:17
3번째가 제일 무섭겠군요 쩝..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2
가장 무섭죠... 이건 망해간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니 말입니다.
Commented by akpil at 2008/06/05 14:01
그분께 뇌가 있나요 ?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2
아뇨? 왜 당연한걸 물으시나요
Commented by 오토군 at 2008/06/05 15:25
전 참 다행입니다. 무능하지만 소신과 성실이 없고 누구의 상사도 아니어서요.(응?)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2
크크크 ^^
Commented by Kariya at 2008/06/05 19:00
...세번째껀 그저 섬뜩했습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3
걸리면 죽음... 그런 공식이 당연시되는 조건이죠
Commented by Nova_Mania at 2008/06/05 19:09
첫번째 상대를 만나는 것은 힘들지만, 2번과 3번은 너무나도 익숙하네요. -_-; 매일 같이 들려오는 그분은 3번 타입이 정확히 맞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3
첫번째 상대를 만나는 것은 엄친아 상사를 만나는 일과 같은걸요~
Commented at 2008/06/05 20:29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4
그렇지 않아도 그쪽으로 뭔가 하나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간첩사건 아니면 기업비리 같은거 말이죠. 지금까지 난국에 처했을 때 항상 하던게 빨갱이 색출이나 북한과 썸씽이었던 만큼 그거 시도 안하면 그게 더 이상한거죠.
Commented by 댄디 at 2008/06/05 20:31
자신이 무능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더욱이 그것이 성공가도만을 달려온 사람에겐 더더욱 말이죠. 누구씨 때문에 H건설이 부도나는 원인이 됐다고하는데 사실 그런 루머를 믿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상황까지 오고나니 그 루머가 사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정치와 사업이 많이 다르다는 것이 문제... 자신ㅇ이 CEO 때 처럼 나라 운영하고 싶다면 국민들 밥줄을 완벽하게 틀어쥐고 있음 됩니다. 아마도...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5
설사 부도를 내지 않았다고 해도 기업 CEO의 마인드와 정치인의 마인드는 다를 수 밖에 없는데 그걸 똑같이 적용하려고 하니 그 난리가 벌어지죠. 그나마 있던 기업이 도덕적으로 훌륭한 기업도 아니고 말이죠.
Commented by adspom at 2008/06/06 01:46
음... 부시도 같은 타입으로 봐도 될까요?
그러고 보니 한국과 미국이 동시에!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6
아뇨~ 부시는 오히려 두번째 타입 정도 됩니다. 그러나 부시는 그 휘하 씽크탱크가 제 역할을 해주고 있지요. 미국에서 떠나 좀 더 올려다 보는 시각으로 보면 나름대로 위기 돌파를 잘 해내 왔습니다.
Commented by Cuchulainn at 2008/06/06 02:11
에... 그런 관점에서, 일리아드 최고의 스타는 트로이의 영웅 헥토르인거지요.

*에... 헛다리 긁기로군 -_-;*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5:56
헥토르는 성실하고 훌륭하기는 하지만 상대에 엄친아가 있었다는 점에서... ㅡ.ㅡ
Commented by .... at 2008/06/06 08:16
주제랑 별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2차 대전 후반부에는 영국에서 개발된 세계 최초의 컴퓨터 '콜로서스'에 의해 독일의 에니그마 암호가 전부 해독되어 버렸기 때문에 독일의 작전이 전부 연합군 손아귀에 들어 있었다더군요. 노르망디 상륙작전도 독일군 이동정보를 사전에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행한 작전이라고 합니다. 독일은 2차 대전 패망 후에도 수십년 간 에니그마 암호가 해독되서 이차대전 내내 정보가 연합군 쪽으로 새어나갔던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합니다.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09:41
그러니 말입니다. 치트 쓰고 그 고생을 했다면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짐작하시죠? ^^
Commented by 풍신 at 2008/06/06 10:53
강력한 적은 오히려 진심으로 경계를 할수있기 때문에 괜찮은데, 무능한 상관과 신념 있는(이라쓰고 광신도에 가까운이라 읽는) 무능한 상관은 고생이죠. 옳은 신념이라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겠지만, 야망이 넘치는 무능한 애송이 상관이라면 최악...
Commented by 파파울프 at 2008/06/06 17:36
그냥 무능한 상관이라면 어떻게든 잘 보필이라도 할수나 있죠... 무능하면서 의지만 가득한 상관은 그러기도 참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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