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병

요즘도 군대에 보일러병이 있나요? 갑자기 생각나서 그런데 사실 보일러병이 땡보직이라는 소리를 듣는것은 일도 일이지만 혼자만의 세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구질구질한 남자들의 세계에서 일종의 특권과 같은 것이었죠. 특히 전 공군에 새로 만든 비행장에서 근무했던터라 보일러실 옆에는 아예 숙소까지 마련되어 있는 그런곳이 있었습니다. 그곳은 보일러병과 친한 사람이 아니면 들어가기 힘든 금단의 구역(?)이었는데 전 일병때 그곳을 가보게 되었죠.

F.O.D 라고 공군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활주로를 청소해 주는 보직이 있습니다. 따로 부서를 만들기는 좀 그래서 각 중대마다 사람을 차출해서 돌아가며 작업을 했죠. 헌데 그곳에서 다른 쪽 특기 사람하고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알다시피 자기 대대가 아니면 다 '아저씨'죠. 더더구나 전 좀 나이가 많게 들어갔던터라 친해지기도 쉬웠습니다.

그러다가 그 사람이 자기가 아는 보일러병이 관사아파트 담당인데 한 번 가보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무려 '구역'을 이탈해서 관사 아파트에 갔더니만 세상에... 지하 보일러실에 따로 방도 있고 거기에는 책상에 자기가 공부하는 책들과 각종 잡지들 그리고 생활용품과 라디오까지 비치되어 있던 것이었습니다. 거기다 거의 하루종일 그곳에서 살기 때문에 가끔 관리자가 확인하러 올 때 빼고는 군무원 아저씨가 사람보는 거의 전부더군요.

정말... '멋졌습니다' 그리고 더 대단했던것은... 놀러가니까 손님왔다고... 무려 "맥주"와 "치킨"을 사주더군요...


덧글

  • 을파소 2009/01/06 00:26 # 답글

    역시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 파파울프 2009/01/06 17:03 #

    불공평하죠. 원래 불공평 했지요
  • 핌군 2009/01/06 00:39 # 답글

    저희는 중대별 막사여서 중대마다 보일러병이 있었습니다. 다만 중대마다 한명씩 있어서 여름에는 일과 같이 하고, 가끔 점검 나올때 빼고는 할일이 없었습니다만...장마철과 겨울에는 땡보로 돌변하더군요.
    건물이 워낙 낡아서 물이 새는데 장마철에는 홍수가 나서 펌프로 물을 퍼내는데, 펌프를 돌릴때는 꼭 관리병이 근처에 있어서 펌프의 오작동을 방지해야 한답니다 (...) 그래서 하루종일 펌프 물 퍼내는 것만 보고 있구요.
    겨울에는 취침 후 두시간동안 보일러 가동, 기상전 두시간 보일러 가동이라 아예 밤을 새면서 보일러 켰다 껐다 하다가 낮에는 일과 제끼고 줄창 자더군요. 그게 어찌나 부럽던지요 (...)
  • 파파울프 2009/01/06 17:05 #

    육군 보일러병은 모르겠지만 공군 보일러병... 그 중에서도 관사보일러병은 정말 대단한 특권(?)이었죠. 애초에 그가 일하고 나서 낮에 자는지 노는지 공부하는지 훈련하는지 조차 알 수가 없었으니 말입니다. :D
  • organizer 2009/01/06 00:47 # 답글

    어딜 가도 온갖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사람들은 있기 마련입니다. <--- 그래서 세상은 불공평한 지도.. ;;
  • 파파울프 2009/01/06 17:05 #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잖아요, 그들은 또 그들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고 할겁니다 크크
  • 푸른별빛 2009/01/06 00:48 # 답글

    저희부대는 보일러병 있었습니다....만 그건 본부중대에 한 명 있었고, 중대별로는 군수계원이 보일러 관리도 같이 했더랍니다. 저 아저씨 정말 멋있네요!

    ...하긴 통신병이면서 네트워크 관리병이었던 전 전산실에 음악CD, 책, 잡지, 틈틈히 공수해온 과자까지 쌓아놓고 나름 문화생활을 즐기며 살았죠 ㅎㅎ 이렇게 쓰니까 저도 땡보생활했다고 하실지 모르겠는데 힘들었어요 ㅠㅠ 상병 2호봉때까지 부대 자살예상 1순위 ㅠㅠ
  • 파파울프 2009/01/06 17:06 #

    은근히 몸을 써서 일하는 것 보다 다른 것들이 스트레스 받기는 엄청 많이받죠, 일 열심히 한다고 티나는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그래서 행정병이 맨날 푸념하더라고요
  • Merkyzedek 2009/01/06 00:56 # 답글

    저희는 돌아가면서.. 새벽에 내려가 끄고 밤에는 키고 했었습니다.
  • 파파울프 2009/01/06 17:06 #

    확실히 규모가 좀 커야 따로 배치를 하는가 보군요
  • 比良坂初音 2009/01/06 01:03 # 답글

    보일러병 아직도 남아있는 곳들 많지요
    사단본부 보일러병이 가장 땡보였는데(뭐 문제 생기면 그냥 보일러 업체직원 부르면 된다는--;)
    관사 아파트는 그보다 더한 땡보였던거군요;;;;
  • 파파울프 2009/01/06 17:07 #

    관사는 그야말로 민간인 지역에 따로 떨어진 군인의 섬이더군요. 누가 터치할 일도 없고, 사고만 안치면 그야말로 환상의 보직. 과연 그가 어떤 빽인지 궁금해 지기도 하더군요
  • 금린어 2009/01/06 01:31 # 답글

    보일러병이 공군에서 시설특기인데 땡보라는 소문이 많아서 경쟁이 상당히 심합니다. 하지만 시설이라고 해서 다 보일러병도 아니고, 부대마다 보일러병 근무행태도 다르고 전기계통 시설로 배정받을 수도 있어서 사실 배치받기 전까지는 잘 알수가 없죠.

    아무튼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살다가 제대 전에 '사회적응훈련'을 받기도 하는 보직이니, 개인에 따라서 나을수도 있습니다(조교나 관측병 계통들도 사회적응훈련 받더군요). 하지만 석면가루 날리는 보일러실에서 고생만 하고 내무반 생활을 하는 개떡같은 경우도 있죠; 제 육군 친구는 선임 두들겨 패고 나서 격리 차원에서 보일러병으로 배정받기도 했더군요.

    저 같은 경우는 콘도 관리병인데, 연중무휴라는 점만 빼면(진짜 근무 오프가 하루도 없음;) 컴퓨터도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고 참 좋습니다(지금도 퇴근하고 놀고 있다능). 하지만 위에는 위가 있다고... 대한민국 군대 최고의 땡보는 공군회관 관리병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습니다.
  • 파파울프 2009/01/06 17:22 #

    시설대 애들... 보일러 받겠다고 거기로 갔다가 자칫 노가다병이 될 수도 있지요 크크 :D 헌데 콘도관리병도 따로 있었군요 건 몰랐네요. 허긴... 골프장 관리병도 있는걸 봤으니
  • 한단인 2009/01/06 04:01 # 답글

    그런 사람들은 정말.. 신의 자식인 듯..
  • 파파울프 2009/01/06 17:23 #

    옆에서 보면... 정말 부러웠죠
  • marlowe 2009/01/06 09:04 # 답글

    테니스장을 관리하는 보직도 있다고 했는 데, 혼자 조용히 있기에는 보일러병이 최고이죠.
    저는 취사병이였습니다. OTL
  • 파파울프 2009/01/06 17:23 #

    테니스장은 솔직히 좀 그렇죠, 간부들이 하도 왔다갔다 하니까 따까리 해주기 번거롭잖아요. 헌데 marlowe님 취사병이셨어요? 으아~
  • 플루토 2009/01/06 09:57 # 답글

    제 친구도 보일러병이었죠... 친구들이 다 욕했습니다(...) 난놈은 역시 따로 있다고(...).
    관사에 사시는 장교부인들이 그렇게 잘해준대요. 못해줬다가 보일러 슬쩍 빼버리면 곤란하니까.
  • 은혈의륜 2009/01/06 11:06 #

    보일러 슬쩍 빼다 걸리면 영창 아닌가요(.....)
  • 에르네스트 2009/01/06 16:10 #

    아마.....
    앙심품고 보일러고장났습니다~ 해버리면 골때리니까 그럴것입니다~
  • 파파울프 2009/01/06 17:24 #

    뭐, 이유야 붙이기 나름이니까... 잘해줘야죠 ^^
  • 고어핀드 2009/01/06 10:35 # 답글

    제 친구중에 보일러병이 있었습니다. 참고로 전 03학번입니다.
  • 파파울프 2009/01/06 17:24 #

    꽤나 오랬동안 남아 있군요... 허긴 보일러라는 것이 쉽게 바꿀 수 있는것도 아니고...
  • 예거마이스터 2009/01/06 11:16 # 답글

    맥주와 치킨이라니... 그런 세계가..
  • 파파울프 2009/01/06 17:24 #

    환상이었죠, 정말로.
  • 레드칼리프 2009/01/06 18:39 # 답글

    배....배가.... 아프다 아파..... 그리고 보일러 병이 땡보라고 알려지긴 했지만 부대마다 사정상 다른 거 같아요. 우리부대는 땡보가 아니었다고...
  • 파파울프 2009/01/06 20:56 #

    거 뭐... 어느 부대나 사정에 따라 다르겠지요 ^^
  • 함부르거 2009/01/06 19:51 # 답글

    저희 부대 보일러병은 땡보 까진 아니었어요.
    부대가 워낙 작은지라 서로 뭐 하는지 뻔히 알아서...
    그래도 부대에서 제일 편한 보직이긴 했죠.
    그리고 왜인지 몰라도 역대 보일러병들은 다 성격이 더럽거나 이상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
  • 파파울프 2009/01/06 20:56 #

    작은 부대는 어쩔 수 없죠, 공군처럼 규모가 커져버리면 등잔밑이 생깁니다만 조그마한 곳에서야 거기서 거기니...
  • 감자부침개 2009/01/07 13:55 # 답글

    보일러병이 땡보가 되려면 일단 부대 규모가 되어야겠죠.
    제가 있던 부대의 보일러병은 낮에도 일과를 다 보더군요. 대신 야간 근무는 빼 주긴 합니다만, 야간근무라고 해 봐야 길어도 한시간사십분을 안넘어 가는데, 보일러병은 오밤중에 두번을 일어나야 하니 딱히 편해 보이지는 않더군요.
  • 파파울프 2009/01/07 14:29 #

    역시 규모로군요. 그런 면에서 공군은 규모가 있으니 보일러병 땡보라는 사실은 변함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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