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텍스트

동대문교회 by 아빠늑대

서울 성곽을 복원하면서 동대문 교회를 철거한다는 이야기에 조선일보 등에서는 "근대 문화재는 문화재가 아니냐" 라며 재고를 검토하라고 성토중입니다. 그래서 궁금해서 찾아봤지요, 제가 이 종교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역사와 관련된 것이라면 이야기는 다르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근대 기독교 문화와 남녀 합동 예배라는 역사적 특성을 생각해 달라고 하던데, 그렇게 역사성을 따질 것이었다면 스스로 노력해서 원형을 유지했어야죠.

지금 동대문교회 건물은 1973년에 건축된 '신축(?)' 건물입니다. 당연히 역사적 가치도 없고, 딱히 그 디자인이 참신하거나 우월하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문화재가 되기에는 50년이 넘지를 않았으니 가치가 없어요. 그런 건물이 서울 성곽이라는 유물을 잠식해 들어가 세워지고 어울림 조차 없으니 오히려 철거해 마땅한 건물입니다.

문제는 종과 한옥 건물입니다. 먼저 종을 살펴보면, 이 종은 1887년 동대문부인진료소를 건립하고 이후에 동대문 교회당으로 변하면서 1910년대 들여온 것으로 한국 최초, 최대의 서양식 종 입니다. 어? 이러면 충분히 문화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문제가 있습니다, 이 종이 문화재적 가치를 가지려면 "원형" 그대로여야 한다는 것이죠. 이 종이 미국에서 만들어질 때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종 갓 뿐입니다. 나머지 종심이나 지지대 등은 후대에 다시 만들어진 것들이죠. 그나마도 예술적 가치도 없고 말입니다. 또한 이 종이 원래의 형상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굳이 동대문교회터에 두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장소에 속박되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박물관이나 다른 장소에 있더라도 그 의미가 퇴색되는 것은 아니죠. 1910년대에 만들어져 들어오고 나서 원형을 유지하지도 못한 종을 개신교 자신들의 유물이라며 600년된 성곽보다 우선시 하려는 것은 어불성설 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ㄱ자 형태의 한옥 건물입니다. 이 건물은 1892년 동대문 교회가 만들어지고, 남녀가 최초로 합동으로 예배를 본 역사적인 볼드윈 채플 건물이라고 주장을 합니다만 서울시 문화재 심사위원회는 이 건물이 그 건물이라 보기 힘들고, 목사의 사택으로 생각한다고 합니다. 철거 반대론자들은 이 건물은 초기 그 건물이 맞으며 건물의 상량문을 확인해 보자고도 주장합니다. 1910년대 사진을 보면 현 동대문교회 토지에 해당 건물로 추정되는 건축물이 존재하기에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합니다만 현재 그 건물을 문화재로 보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상기 사진은 ㄱ자형 한옥 건물인데, 이미 한옥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말이 기와 건물이지 외형상으로는 그냥 흔히 볼 수 있는 기와올린 집일 뿐입니다. 내부에 대들보 등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만, 창이나 외벽 등을 볼 때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물이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많습니다. 그냥 그 터에 그런 의미가 있다는 정도의 가치가 있을 뿐, 그 건물 자체가 문화재라고 한다는 것은 억지입니다.

사실 이 논란을 보면서 좀 어이가 없던 점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나 소중하고 보존해야 할 문화재였으면 일찍부터 관리하고 보존했어야지 여기저기 다 바꾸고 망가뜨리고 난 뒤에 이제와서 문화재라고 보존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무슨 생각이 들까요? 더더구나 동대문교회측과 감리교측이 이 건물을 두고 싸운 시기등을 본다면 정작 문화재는 별로 관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듭니다. 타국의 사례를 보면 그들은 스스로 가치를 키웠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충분히 바꿀 수 있음에도 전기선 하나 넣는데도 신중을 기하고, 법은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도록 제어를 했죠. 이와달리 저 건물에서 보듯 스스로가 보존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음은 그들에게 있을 뿐입니다. 수백년된 고려청자라 해도 깨뜨리고 도색해 버리면 이미 그 가치를 잃습니다. 하물며...

하도 말이 많다보니 서울시는 다시한번 조사해 보겠다는 말을 했지만 글쎄요... 과연 그럴 가치나 있나 모르겠습니다.

덧글

  • 홍차도둑 2013/12/04 02:44 #

    친구 집이 저 근처라서 자주 봤던 곳입니다만....
    저기가 문화재면 지렁이가 용입니다.
  • 아빠늑대 2013/12/04 10:52 #

    120년된 교회라며 주장을 하지만 정작 120년이라는 세월의 무게를 느낄게 하나도 없어요
  • 위장효과 2013/12/04 06:28 #

    어딘가 했더니 이대부속병원 있던 자리군요. 저긴 워낙 형태가 이리저리 뒤틀려서...뭐라고 하기도 어려운 곳이던데 굳이 남길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 아빠늑대 2013/12/04 10:53 #

    다른 의도가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지고 있습니다.
  • 천하귀남 2013/12/04 07:06 #

    수년전부터 헌다고 했는데 아직도 버팅기나 보군요.
  • 아빠늑대 2013/12/04 10:53 #

    한다고 해서 계약까지 다 끝냈는데 교단 쪽에서 또 들고 일어나서 '원래 우리꺼' 라며 딴지를 놨죠
  • 漁夫 2013/12/04 09:32 #

    We have to suspect it is one of the different types of 'Albaggi' ㅎㅎㅎㅎ
  • 아빠늑대 2013/12/04 10:54 #

    그러고 보니 알박기에 대한 법적 처벌이 있나 모르겠네요
  • 지나가던과객 2013/12/04 10:39 # 삭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교회를 옮기기 싫다는 얘기고, 또 다른 하나는 보상만 넉넉히 해주면 교회 옮기는데 동의해주겠다

    이 둘 중 하나겠죠.
  • 아빠늑대 2013/12/04 10:54 #

    헌데 훨씬 더 복잡합니다. 동대문 교회는 보상을 받고 내주기로 했거든요, 그런데 교단 쪽에서 또 딴지를 걸고 나온겁니다
  • 비로긴 2013/12/04 10:54 #

    후자일듯
  • 비로긴 2013/12/04 10:55 #

    근데 지들멋대로 개조하면 문화재가 되남?
  • 아빠늑대 2013/12/04 10:57 #

    손을 댄 상황일 경우 그 역사적 가치가 충분하지 않다면 당연히 논외겠지요.
  • Bory 2013/12/04 12:43 #

    진짜 바라는 거야...
    돈이겠져...
    문화재 보존은 개뿔.
  • 아빠늑대 2013/12/05 11:35 #

    뭐, 일단 외형적인 이유는 그게 아니었으니까요
  • 역성혁명 2013/12/04 16:16 #

    이런걸 보면 한국헌법에 있는 종교의 자유 항목을 없애버리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습니다. 듣보르잡 종교시설이 600년 역사복원보다 우선시된다면... 하긴 우리나라는 돈이 안되면 고대건 근현대건 다 때려 부수고, 집없는자들의 절규마저 불태워 죽이는 것을 주저하지 않으니... 빛과 소금이 되길 거부하고 어둠과 재로 변한 저들의 행동을 보며, 신은 절대로 재림하지않을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 아빠늑대 2013/12/05 11:34 #

    애시당초 그렇게나 소중한 건물이었다면 자신들이 왜 잘 지키지 않았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 2013/12/04 16:3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12/05 11: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웃기네요 2014/02/17 11:56 # 삭제

    서울시에서 교회측에 보상금까지 주고 사들였는데 교회가 속한 교단에서 들고 일어나다니...ㅉㅉ
※ 이 포스트는 더 이상 덧글을 남길 수 없습니다.

728 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