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라이벌, 스위스 용병 vs 란츠크네흐트 (4) by 아빠늑대

자, 란츠크네흐트 이야기를 더 해봅시다. 아무리 자유를 외치는 용병이라고 해도 일단 조직은 필요합니다. 도시 가운데서 깃발 들고 "자~ 값싸고 품질좋은 용병이 왔어요~"라고 한다고 길가던 군주가 "어? 싸네?"라며 말에서 내려 구입해서 비닐 봉지에 넣고 집에가는 구조는 아닙니다. 스위스 용병의 경우는 각 칸톤의 유력자들이 자기 지역에서 병사를 모집해 가지만 란츠크네흐트는 지역으로 묶인 경우가 아니니 방법이 살짝 다릅니다.

란츠크네흐트 뿐만 아니라 용병들을 모집하는 일반론을 볼 때, 전쟁을 시작할 군주가 귀족이나 이름높은 용병대장, 혹은 자신 휘하의 장군들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돈을 얼마 줄테니 얼마의 병력을 모아라...라고 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럼 그 지휘관들은 또 각 지역에 사람을 내려보내 그 지역에서 모병 광고를 합니다. 이 모병에는 단순히 병사만을 모집하는게 아니라 중소 지휘관들까지 모집했습니다.

하나의 예로 아우크스부르크라는 도시는 부르크하르트라는 용병대장과 계약을 했는데 이 용병대장은 계약서에 한개의 연대에 12개의 중대가 있으며 6천의 병사를 확보했고, 고용기간은 3개월이며 연대장은 월 20굴덴, 중대장은 12굴덴, 기수는 10굴덴, 병사는 4굴덴을 지급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연대장의 호위병은 8굴덴이며, 월급은 28일을 기준으로 정산하며 계약금은 병사 한사람당 40 그로센. 그리고 이에 모집된 병사의 복무규정과 각종 규칙조항, 그리고 집결지까지 모두 계약서에 넣었습니다. 의외로 꼼꼼해요.

그렇다면 병사의 월급 4굴덴은 어느정도의 구매력이었을까요? 알려진 바로는 4굴덴은 도시 직인 중 우두머리급이 받는 급여와 같았다고 합니다. 직인의 장이 받는 급여니 일반 직인은 그보다 더 적었겠죠? 그리고 한달 30일이 아니라 28일로 계산하니 복무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이익입니다. 이러니 도시 부랑자들은 이 용병일로 한몫 잡아서 나중에 가게라도 하나 내는 것이 꿈이 될 수 밖에 없었죠.

그리고 모병 담당자는 젊은이들이나 부랑자들이 혹할 만한 쇼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은근히 남성성도 자극하죠. 그리고 계약하면 받을 수 있는 돈도 슬쩍 보여줍니다. 여기에 혹해 일단 장부에 서명을 하면 바로 계약금을 줍니다. 술을 먹건, 뭘 하건 이름을 적었다고 공짜 돈이 생기는 겁니다. (예나 지금이나 사인은 함부로 하는거 아닙니다) 란츠크네흐트도 이런 방식으로 모병되었습니다. 그런데 의문이 들지 않으세요? 돈 받고 튀면 되는거 아닙니까. 그런데 집합 당일이 되면 거의 대부분이 집합 장소로 나왔다고 합니다. 솔직히 그돈 받고 떼먹고 도망가봐야 어디 갈데도 없었지만 말이죠.

허나 세상 일이라는게 만만치 않죠, 계획대로 월급 받아서 목돈 마련해 가게 내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런데... 명부에 서명을 한 순간 계약서 아래쪽에 쪼그마하게 보일랑 말랑한 적힌 글씨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이름 바로 옆에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재미를 위해 각색) 바로 "장창값 2굴덴" ... 먼저 말씀드렸다시피 스위스 창병처럼 꾸미기를 원했기에 기본 병기는 장창입니다. 그런데 누가 장창을 사오겠어요? 당연히 용병대가 지급하는 것입니다만 공짜가 아닌 겁니다.

그런데 이 장창은 아주 기본장비. 즉 돈이 없으면 농민이 자기가 입던 넝마를 입고 장창만 들고 나갈 수도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첫 싸움에서 바로 죽는 크리죠. 여기서 또 짬짜미가 생깁니다. 병참관 혹은 모병 담당관은 지원자들의 장비를 보고 채용을 결정하는데 좋은 장비가 있으면 당연 채용이고 급료도 높아집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겠죠? 그들에게는 갑옷과 투구를 '대여'해 줍니다.

대여비는 당연히 받겠죠. 그리고 그가 전투에서 죽으면 그 장비는 다시 이들에 떼어다가 잘 닦고 고쳐서 또 대여하는 겁니다. 물론 더러운 모병관들의 경우는 아예 없는 이름을 자기 장부에 올려 급료를 받아 착복하거나 여자와 애들에게도 창을 쥐어주고 병사로 꾸미기도 했지요, 그래서 항상 모병 인원의 10% 정도는 장부에는 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그런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저것 다 나가고 나면 계약금이 온전할리 없겠죠? 그리고 대부분의 병사는 계약금은 이미 흥청망청 술집에서 다 날리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니 시작부터 월급 만큼이 마이너스로 시작되는 겁니다. (나중에 또 이야기 하겠지만 돈은 여기만 나가는게 아닙니다)

자...이렇게 모인 용병들. 이제 연병장소에서 복무규정을 낭독하고 서약하는 행사를 합니다. 뭔일을 하면 뭔 처벌을 받는다 이런거 낭독하게 하고, 부대 내에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위생이나 뭐 그런것들에 대한 교육도 있었죠. 그리고 여자나 아이 교회와 사제에 대한 보호도 의무로 주어졌고요 재미있는건 제분소의 보호도 끼어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의 제분소는 군주의 사유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건 란츠크네흐트는 병사의 권리도 알려준다는거죠. 병사는 공동 협의를 거쳐 자신의 주장을 요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노동조합 같은 겁니다. 그리고 급여는 어디서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액수와 지불 방법은 어떻게 되는지도 알려줍니다. 앞서의 내용이 복무규율이라면 후자는 복리후생에 관한 것들이겠죠. 일단 연대장은 허가없는 휘하 장병들의 집회를 금지하기는 했지만 란츠크네흐트는 병사 집회를 통해 공동결정권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규정에 들어가 있었다는 겁니다. 뭣도없이 괜히 자유를 외쳤던게 아니었죠... 이거라도 없으면 어쩌나 싶은 상태이기는 합니다만.

아무튼 이렇게 형식행위가 끝나면 배속된 중대를 찾아갑니다. 미리 중대장이나 연대장은 정해져 있으니 가서 서로 안면트고 인사하고 뭐 그런겁니다. 이 자리는 주로 귀족 기사들이나 소영주의 자제들이 차지합니다. 경험있는 중대장 밑에서 싸우는건 병사들이 원하는 바였으니 자기 줄이 어떤지에 따라 한숨과 탄성이 터져나왔겠죠. 다음으로 특수병과들, 그러니까 취사병이나 지휘관 당번병, 하사관등을 선출합니다.

재미있는건 란츠크네흐트에는 '아머서튼'이라는 직책이 있는데 병사 전체의 선거로 결정되며 이 사람은 병사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등을 토대로 최고사령관과 협상을 할 수 있는 직책이었습니다. 노동조합장쯤 되었겠네요. 이런걸 보면 당시로서는 매우 드물게 민주적인 군대라는 아이러니를 목도할 수 있습니다. 스위스 용병들은 사실 말이 용병이지 그냥 스위스 군대라고 불러도 무방하지만 란츠크네흐트는 정말 용병들... 뭔가 이상하군요. 아무튼 우리가 머리속에 떠오르는 용병의 이미지 그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란츠크네흐트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꺼리가 많아서 좀 더 이런 잡설이 이어집니다.

- 계속

덧글

  • 위장효과 2017/02/28 19:09 #

    란츠크네흐트를 국내에서 번역정발된 (밥맛없는) M 원수 각하 책에서는 "황제령병사"라고 번역하고 있긴 하죠.

    저 당시 용병들이 돈 쓸 일이 많긴 했지만 그렇다고 연대장이 무턱대고 월급 해먹을 수 있는 그런 구조는 또 아니었죠-얼마든지 맘만 먹으면 해먹을 수 있지만 그랬다간 병사들이 전쟁은 안하고 맨날 약탈만 하러 다녀서 자신의 고용주인 군주에게 짤릴 위험도 상존했는지라...반대로 "우리 애들 월급 못 받으면 니네 영지 쑥대밭으로 만들고 다닐 거임! 그러니 돈 내놓으쇼!"라고 고용주 상대로 용병대장이 협상걸수도 있었고.
  • 아빠늑대 2017/03/01 14:44 #

    그것도 사실 틀리다고 할 수는 없겠죠, 정설이 없으니. 란츠를 토지가 아니라 황제의 영토로 한다면야. 그리고 용병은 돈이 최고죠, 저 스위스 용병들도 난리를 일으켰을떄가 바로 돈을 안줬을떄 아니겠습니까
  • 자유로운 2017/02/28 21:31 #

    의외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군요.
  • 아빠늑대 2017/03/01 14:45 #

    초기에 어떤 문화적 사회적 요인들이 저런걸 만들었는지는 아직 알려진게 적어서 확답은 못하곘습니다만 찾아보면 계약이라는 것이 이미 저 시대쯤 되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허투루 나오지는 않아요
  • 검투사 2017/02/28 21:47 #

    [에어리어 88]이 생각나는 상황이군요.

    짝사랑하는 여인의 애인이자 불알친구에게 술을 퍼먹인 다음 란츠베르크 입대 계약서에...
    (물론 술 퍼먹이는 데 쓴 돈은 대신 받은 상태... 아니, "이 친구가 계산할 거요, 주인장!"인...)
  • 아빠늑대 2017/03/01 14:46 #

    하지만 란츠크는 땅으로 다니니 그 친구, 등 뒤에서 칼 맞을 수도 있습니다 크크크
  • 호랭총각 2017/03/01 02:21 #

    음...읽다보니 베르세르크 매의단 편이 생각나네요 ㅎㅎ
  • 아빠늑대 2017/03/01 14:46 #

    베르세르크의 매의단이 란츠크네흐트를 모티브로 한게 아닌가라는 이야기도 있기는 하더라고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