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라이벌, 스위스 용병 vs 란츠크네흐트 (7) by 아빠늑대

란츠크네흐트는 이탈리아에서의 합스부르크 승리 이후 실업자가 되는 듯 했지만 바로 이어 독일 농민전쟁이 터집니다. 당시 독일은 지금처럼 한덩어리 국가가 아니라 영방국가처럼 되어 있었는데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수백년에 걸쳐 조금씩 권리를 떼어서 영주들에게 주다보니 죄다들 독립국처럼 되어가는 국가형태였죠. 이런 형태는 자국의 우월성을 높이기 위해 아래 농민들은 죽어납니다.

비슷한 예로 전국시대 일본의 농민들 같이 말이지요. 죄다들 자기가 영주쯤 되어서 화려한 성과 의복과 갑옷을 뽐내는 줄 알지만 사실 대부분은 그렇게 만들기 위해 씨앗마저 빼앗기는 상황도 벌어지곤 하는게 그런 상태의 나라들입니다. 여튼간에 그런 와중에 사회비판적인 개신교가 들어오기 시작하자 농민들이 "더이상 못살겠다, 바꿔보자"라고 된거죠.

그런데 루터는 여기다 대고 "주권자에 저항하는건 신을 모독하는 행위다"라고 말해버리고, 각 영주들은 얼씨구나 하고 농민들을 탄압하기 시작하죠. 당연히 진압군은 실업자가 될뻔했던 란츠크네흐트. 그런데 말이죠... 아이러니 한게 란츠크네흐트는 독일 출신들입니다. 먹고 살기 힘들어서 용병일 하는데 농민들이라고 딱히 자신들보다 잘사는게 아니에요. 그런데 그들을 밟아버리라고 하니 마음에 꺼림칙한것이 생깁니다.

지역의 권력자들 중에는 이런 생각을 해서 란츠크네흐트가 아니라 저기 보헤미아나 발칸의 용병을 쓰자는 발언도 하죠. (용병이란 스위스 아니면 란츠크 둘만 있는게 아닙니다. 수십개의 지역 용병들이 있었고 나름 한가락씩 했어요, 그냥 유명한게 이 두 용병단이였을 뿐이죠) 특히 보헤미아 용병단은 대 투르크 전에서 꽤나 승전보를 올려서 돈 값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워낙 광범위하게 일어났던 반란인지라 란츠크네흐트도 쓰지 않을 수 없었고, 란츠크네흐트도 찜찜하지만 먹고는 살아야 하니 전쟁터에 나갔습니다.

뭐, 이런식으로 밥줄 안떼이고 먹고살고 있는 란츠크네흐트. 그러나 이들의 양아치(?) 기질은 그 내부에 축적되어 있었습니다. 먼저번에 스위스 용병들이 로마를 침공한 합스부르크 집안에 맞서 끝까지 싸웠던 이야기 해 드렸죠? 이번에는 란츠크네흐트 입장에서 그 전쟁을 하는 곳에 들어가 봅시다.

란츠크네흐트와 스페인 용병단으로 구성되어 알프스를 넘은 합스부르크 군대. 그런데 월급이 안들어옵니다!!! 사실 급료가 미뤄지는건 드문일이 아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도를 넘었습니다 똥빠지게 알프스도 넘어 이탈리아 볼로냐까지 왔는데 급료가 반급!!! 슬슬 열받기 시작하는거죠. 월급쟁이들에게 급료가 밀리면 얼마나 서럽고 분하겠습니까? 란츠크네흐트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 주보상인들에게 갚아야 할 돈들도 있고 술도 사마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프룬츠베르크의 부대는 그들의 아버지라 불리운 것 처럼 그의 구두 약속을 믿고 어쨌거나 좀 참고 넘겼습니다. 하지만 스페인 용병들은 아니죠, 그들의 상관이 프룬츠베르크가 아니지 않습니까? 그럼 남는건 돈 뿐인데. 그렇다고 그들의 사령관인 부르봉 공작이 딱히 그들에게 잘한것도 없고, 군사적 능력이 출중한것도 아니고... 그러다가 1527년 3월에 드디어 스페인 용병쪽에서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사령관인 부르봉 공작을 잡아서 어찌해보려고 했는데 눈치빠른 부르봉 공작은 얼른 튀어서 프룬츠베르크 진영으로 도망갑니다. 스페인 용병단들이 분노를 펼치며 "내 돈 내놔라!!"라고 하고 있는 동안 프룬츠베르크의 란츠크네흐트도 그 분위기에 전염됩니다. "우리도 못 받았는데!!" 그러자 란츠크네흐트는 바로 병사집회를 열었고 분위기를 타고 "돈 안주면 여기서 꼼짝도 안할꺼임!"이라고 선언하죠.

프룬츠베르크는 어찌했건 이 상황을 수습해 보려고 "로마로 들어가기만 하면 부와 명예가 있다, 조금만 참자"라고 했지만 흥분한 군중은 그리 쉽게 이성적이 되지를 못하죠. 란츠크네흐트도 마찬가지였고, 더더구나 이들은 양아치 용병들이었습니다. 그들은 흥분 상태에서 자신들의 아버지라 부르던 프룬츠베르크에게 창을 내밀며 내돈 내놔라!를 외쳤고, 이 패륜(?)에 급격하게 혈압이 오른 프룬츠베르크는 그만 뒷목을 잡고 쓰러져버렸습니다.

... 재미있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말로 혈압이 올라 쓰러져 버렸어요. 란츠크네흐트 병사들도 당황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가 쓰러지는 것을 보자 순간 정적이 흘렀고, 아무도 뭐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서로 눈치를 보며 이 상황을 어떻게 할까? 를 생각하는 도중, 그들 속에서 누군가 "로마로 가자, 로마에는 부가 있다고 했다!"라고 외칩니다. 프룬츠베르크가 꺠어 있었다면 다시 뒷목 잡을 일입니다. 거기에 돈이 있다는것만 기억이 났는가 봅니다.

딱히 답도 없고, 자신들의 아버지(?)도 쓰러졌고... 란츠크네흐트와 스페인 용병대는 무작정 로마로 진군합니다. 그리고 1527년 5월 6일 2만의 용병 부대는 로마 성벽 앞에 있었고 바로 이어진 첫번째 공격에서 '그나마 튀어서 목숨은 건졌던' 부르봉 공작마저 날아오는 탄환에 전사해 버립니다. 흥분한 용병대를 지휘할 사람은 이제 뭣도 없게 된거죠. 그리고 로마가 무슨 전투도시도 아닙니다. 순식간에 박살난 로마... 그리고 흥분한 용병들은 그대로 로마를 약탈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8일동안 이어졌고 이 사건은 에라스무스의 발언을 빌리자면 "한 도시의 파괴가 아니라 한 문명의 파괴다"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악명높은 <사코 디 로마(로마 약탈)>로서 역사에 남죠. 뭐 하지만 돈은 되었던 모양입니다. 용병대장 세르톨린은 자신의 장부에 이 약탈로 얻은 수익이 1만 5천 굴덴 이라고 기록해 두었습니다.

그럼 이들은 이제 끝났을까요? 천만의 말씀. 군주의 욕심은 끝이 없고, 전쟁은 계속되어 피를 빨아먹습니다. 1546년에는 또 독일에서 전쟁이, 1562년에는 신구교 갈등으로 일어난 위그노 전쟁이, 영국에서도 위그노 전쟁이, 스페인은 또 신교도 탄압 전쟁이, 그리고 외적으로는 투르크의 침공도 있었습니다. 특히나 투르크와의 전쟁은 규모면에서도 장난이 아닌지라 용병들의 일자리는 항시 보장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꿀빠는 시절도 계속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용병이란 돈이 들었어요... 비싸게. 부자인 합스부르크 가문도 월급 밀렸다가 저 꼴이 났어요. 군소 영주들이나 작은 나라들은 용병한번 쓰면 국고가 거덜나는 수준에데가 이놈들은 거칠기도 거칠어서 관리도 어렵죠. 그러다보니 각 영주들은 슬슬 다른 생각을 합니다. 군제개혁과 상비군이 바로 그런것이었죠.

- 계속


덧글

  • 호랭총각 2017/03/16 00:22 #

    베르세르크의 배경이 환타지긴 하지만, 이 시기 유럽을 모티브로 많이 했군요!
  • 아빠늑대 2017/03/16 13:14 #

    요때 유럽이 이야기꺼리가 좀 있지요
  • 자유로운 2017/03/16 01:15 #

    트러블 메이커 덕에 근대국가에서 나올 개념이 나오는거군요.
  • 아빠늑대 2017/03/16 13:14 #

    제들만 그런거라기 보다 전쟁이 너무 많았어요... 너무 길고...
  • 정호찬 2017/03/16 01:39 #

    마키아벨리: 부들부들~
  • 아빠늑대 2017/03/16 13:15 #

    부들부들... 그런데 제 책중에 마키아벨리 평전이 있었는데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네요.
  • 슈타인호프 2017/03/16 08:27 #

    유명한 금세공사 벤베누토 첼리니 자서전을 보면 자기가 산탄젤로 성에서 부르봉 공작을 저격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 아빠늑대 2017/03/16 13:19 #

    본인이 그렇다니 그렇다고 해버립니다만 솔직히 그 사람 자체가 믿을 수 있나 모르곘어요 ^^ 사실 리처드도 그렇고, 자기가 쏴서 보내버렸다는 사람들이 나오는게 이상한 일이 아니니 말입니다.
  • 슈타인호프 2017/03/16 17:05 #

    그 자서전이 시종일관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데~~로 떡칠되어 있으니 사실 뭐 신뢰성은 교차검증을 해봐야겠죠.
    금세공사로는 확실히 유명한 사람입니다만 뭐.
  • 아빠늑대 2017/03/17 12:50 #

    크흐흐, 저 당시에 글로 쓸 줄 아는 사람이 몇 안되니 허풍을 풀어도 충분했을지도요 크크크. 아무튼간에 사자심왕이나 붉은남작이나... 좀 유명하면 서로 내가 잡았다고 할 가치가 있나 봅니다. 흐흐
  • 무지개빛 미카 2017/03/16 10:10 #

    역시나... 용병에게 있어서 돈은 가장 필수적인 이유였는데, 그게 지급이 안됨... 그나저나 최고지휘관이 중풍걸려 쓰러지니 말 그대로 폭도가 되어버린 용병이라.... 한 사람의 지도력으로 억눌러온 불만과 본능이 한번에 튀어나오니 정말 무섭군요.

    암튼 뭐든지 개혁, 재도 개선의 시작은 다 "돈"때문이군요. 하하하하. 세상을 움직이는 논리. 돈.
  • 아빠늑대 2017/03/16 13:19 #

    용병은 딱히 신념이나 애국 같은게 없었으니 말입니다. 많이 있어봐야 연대의식 정도인데 그런 지도자가 쓰러지니 뭐 남은건... 뻔헌가죠
  • 엽기당주 2017/03/16 11:59 #

    이건 시작에 불과하죠....
  • 아빠늑대 2017/03/16 13:20 #

    저 시기를 살던 농민이나 상공인들의 삶이 충분히 추정됩니다. 얼마나 시달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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