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 라이벌, 스위스 용병 vs 란츠크네흐트 (9) by 아빠늑대

그 즈음의 유럽은 허구헌날 싸움질을 하고 있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수십년 심지어 100년 가까이 전쟁을 할 정도로 유럽이 부유했나요? 라는 것 말입니다. 물론 신대륙에서 새로운 골드들이 넘치도록 들어왔지만 전쟁이란 그걸 우습게 여길 정도로 소모되는 자원이 큽니다. 당시 유럽이라도 전쟁의 지속 능력은 5년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무슨 30년 전쟁이니 100년 전쟁이니 그럴까요? 일단 30년 전쟁만 봐도 중간에 13번 정도의 전투와 10번 정도의 평화조약을 맺었습니다. 맨날 싸우고 있는게 아니라 평화조약을 맺었다가 깨고 싸우다가 또 평화조약... 웃기는거죠.

아무튼간에 종교를 명분으로 이렇게나 싸워댔습니다. 당시 유럽 전쟁의 속사정은 다양하더라도 일단 많은 명분은 그랬다는거죠. 잡설이지만 조선에서는 별거 아닌 유학적 뭐시기로 싸움질이나 해댔다는 사람들... 당시 유럽은 별거 아닌 종교 그것도 같은 신을 믿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다고 수십 수백만을 죽여댔습니다.

자...어쨌거나 싸움질로 먹고살던 용병들. 그러나 군제개혁이 일어나고 군주들도 전쟁에 돈을 퍼붓는게 버거워지고, 하도 오래 전쟁하다보니 전쟁이 이념화되고, 그리고 점차 상비군 국민군 형태로 변화해 나가고... 그러다보니 용병들의 지위는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고, 먹고사니즘은 용병들의 자부심(?)도 점차 뭉그러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스위스 용병들은 각 주들의 주정청들이 관리를 했습니다. 그래서 어느정도는 같은 스위스 용병끼리는 싸우지 않도록 조율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용병들의 가치가 떨어지기 시작하고 스위스의 경우 장교직을 귀족의 자제들이 돈으로 사기 시작하자 전장에서 질적인 저하까지 불러왔습니다. 암만 잘싸운다한들 사지로 머리를 들이밀면 살아날 수가 없죠.

프랑스 궁정에서 거의 상비군처럼 대접받던 스위스 용병들은 프랑스 궁정의 퇴폐적 분위기에 물들어 병영 내에까지 풍기문란이 전염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심지어 같은 주정청이 서로 적대적인 진영 양쪽에 용병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형은 프랑스군에 동생은 반프랑스군에 서로 배치되어 전장에서 만나는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란츠크네흐트들이 자유전사라고 외치면서도 정작 자신의 베이스가 되는 독일에서 그것도 같은 계급적 분위기를 지닌 농민들을 학살하는 곳에 투입되기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이전에 말씀드렸죠.

그리고 18세기쯤 되면 국민군 형태가 되면서 '병사 사냥'이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전쟁에 진 병사를 잡아 죽이는게 아니라 병사가 될 자원을 강제 징집하는거죠. 주로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가 잘 하던 방법인데 모병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장정들을 거의 납치해다가 병력으로 차출했습니다. 영국에서도 비슷하게 복무 조건이 열악한 해군의 경우 난데없이 펍 같은 곳을 습격해서 장정들을 징집하고 바로 바지 벨트를 빼앗아 흘러내리게 해서 도망도 못가게 해서 바로 군함에 처 넣는 방식을 쓰기도 하죠.

여튼간에 농사 잘 짓고 다니던 사람이 어느날 도시에 농작물을 팔러갔다가 실종되었다면 그는 십중 팔구 군대 끌려갔다고 보는게 정답인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태생이 어디냐는 중요하지 않았죠, 그냥 장정이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병사들이 불만이 없겠어요? 그러다 보니 강한 규율로 묶어버리게 되고 (탈영하면 경기병대가 추노에 나섰습니다. 경기병대는 전원 지원자) 이게 독일병정의 이미지를 만들게 되지만 어쨌거나 지금 할 이야기는 아니고요.

이게 왜 용병하고 상관있냐고요? 용병될 사람이 뭐죠? 할일없는 한량들입니다. 용병 안하면 어디서 술처먹고 구르고 있을 놈들이죠. 그런데 그런 놈들을 몽땅 잡아다가 병영에 처 넣어요. 그러니까 용병은 돈 받고 싸움질 하는 사람인데 순식간에 돈도 못 받고 (용병에 비해) 싸움질 하는 사람으로 변하는거죠.

이런식으로 병사들을 사냥해서 팔아먹기도 했습니다. 미국 독립전쟁 당시 독일 제후가 팔아먹은 용병의 숫자는 거의 3만명에 달했습니다. 이렇게 병사를 팔아먹으면 방백은 일인당 30크로네의 머리값을 받았고 그 외에 기타 보조금등을 합쳐 45만 크로네를 벌었습니다. 이 돈으로 호의호식 하면서 귀족들은 잘 먹고 잘 살았지만 팔려간 장정들은? ... 결국 이런 작태 때문에 후일 나폴레옹이 헤센. 카셀 방백가를 추방해 버릴때 "방백가는 오랫동안 영민을 영국에 비싸게 팔아먹었다. 그리고 막대한 부를 쌓으면서도 탐욕은 그칠줄 몰랐고 이것이 이 가문을 몰락시킨 원인이다."라고 기록하죠.

참고로 헤센 카셀에서는 16,992명을 팔아먹었습니다. 브라운 슈바이크에서 5,723명 헤센 하나우에서 2,422명 정도였는데 이 헤센 카셀에서는 압도적인 숫자로 팔아먹었으니 나중에 영민들이 묶어놓고 불지르지 않은게 이상할 일이지요. 아무튼 이렇게 미국으로 보내진 독일 용병들 중 1만 2천 554명은 다시 독일로 돌아가지 못했는데 워싱턴이 독일 용병들이 탈주하면 50 에이커의 토지를 주고, 40명을 데리고 탈주한 중대장에게는 8백 에이커의 토지와 젖소 네마리, 씨숫소 1마리, 암소 2마리, 돼지 4마리를 주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결국 이들도 대부분 전사하고 말죠. 본래 권력자의 감언이란 그런거니까요.

그리고 이렇게 서서히 용병들은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1859년 솔페리노 전투가 기점이 되었습니다. 이 전투는 국제적십자가 창립될 정도로 엄청난 인명피해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스위스도 용병을 파견했다가 유례없는 사상자를 내게 되죠. 이건 용병일이 문제가 아니라 스위스가 없어질 상황이 될 수도 있는 피해였습니다. 결국 이를 계기로 스위스는 정규군 이외에 군복무를 금지시키게 되죠. 그리고 정규군이든 뭐든 모든 군복무를 금지한건 1차대전이 끝나고 10년이나 지난 1927년이었습니다. (그럼 교황청의 스위스 군대는 뭐냐? 군대가 아니라 경찰신분으로 파견됩니다. 뭐 꼼수죠.)

란츠크네흐트는? 언제 사라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스위스와 달리 용병대장이 고용해서 전쟁에 나가는 형태인지라 용병대장들이 사라지고 점차 국민군화 되면서 그쪽으로 끌려가 소모되고 형태가 변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어버린 것이었죠. 란츠크네흐트 뿐만 아니라 다른 용병들도 이런식으로 사라져갔습니다. 스위스의 경우 각 칸톤(주)들이 모집해서 가는 형태라 기록과 형태가 유지될 수 있었던거고요.

어쨌거나 이렇게 피로 먹고사는 직업들은 거의 현대가 와서야 사라지... ... 지 않았습니다. 옛날처럼 대규모 전쟁에 투입되고 하는건 없어졌지만 엄연히 용병 기업이 현대에 존재하고 있지요. 그리고 군대 형태로도 프랑스에는 외인부대가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대의 용병은 예전의 용병들처럼 먹고살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용병으로 싸우게 되는 형태라기 보다는 다양한 이유로 용병이 되는 경우가 더 많아졌지요. 하지만 뭐 죽음과 가까운 곳에서만 정체성을 찾는건 참 서글픈 일이기는 합니다.

- 끝.

덧글

  • 홍차도둑 2017/03/25 14:45 #

    프리드리히 1세보다...2세가 더했으니...-_-
    용병 싫다고 강제 징집 싫다고 한 방법이 참...

    요즘 용병들은 프랑스의 캐피 블랑 외에는 시큐리티 서비스 형태랄까요...참 다양하더군요
    미국의 모 프로그램에서 용병들 중 누가 최강의 용병인지를 겨루는 프로그램도 봤지만...전투력 하나는 후덜덜한 분들이더란...
  • 냥이 2017/03/25 16:53 #

    요즘 용병들은 PMC라고 찾으면 많이 나올껍니다. PMC에 들어가는 사람들 중 전직 특수부대원 이 많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적있죠.
  • 아빠늑대 2017/03/25 18:15 #

    요즘 전쟁이 대규모 전투가 아니라 국지적인 경우가 많다보니 장사가 좀 되나봐요, 업체 많더라고요.
  • 무지개빛 미카 2017/03/25 14:47 #

    "병사 사냥"

    저걸보니 과거 대일본제국에서 병력징집을 위해 붉은색의 징병예정용지가 도착하면 마을 청년들이 산으로 도망 많이 갔다고 합니다. 그렇게 운좋게 징병을 피했던 사람들이... 웃기게도 지금 일본의 소위 극우단체의 노년층에 있다는 것이 정말 아이러니하죠.

    그나저나 역시 저런 식의 강재징병으로 당장 머리수는 채워도 역시 병사의 질로는 형편없겠다는 생각마져 듭니다. 마지못해 움직이는 군대끼리 싸움을 하게 되면 대량의 탈영병이 전장에서 나올것 같고, 그런 병사를 감시하기 위한 헌병대가 악명을 떨치는 악순환이.... 그리고 구타는 기본, 가혹행위로 휘어잡는 군대내부.....
  • 아빠늑대 2017/03/25 18:14 #

    누가 전쟁터에 나가고 싶겠어요. 갈아놓을 땅만 조금 있어도 말이죠.
  • 슈타인호프 2017/03/25 17:47 #

    헤센 용병 같은 경우는, 영지 자체가 가난했기 때문에 용병업 자체가 영지 전체가 참가하는 영주 주도의 사업이었습니다. 영민들은 대대로 군사훈련을 받아야 했고 영주가 스스로 용병대장이 되어 출전하곤 했죠. 나폴레옹 전쟁 초기 반프랑스동맹군 사령관을 맡았던 그 브라운슈바이크 공작이 이런 용병대장 영주의 대표격인 사람이었고...이들의 용병업은 판매가 아니라 기간을 정해서 부대 단위로 "대여"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영지 전체가 참여하는 사업이니만큼 병사들에게도 돈을 주긴 했습니다. 대부분 영주가 처먹어서 그렇지요.
  • 아빠늑대 2017/03/25 18:13 #

    아예 안주면 폭동 나지요 그래도 노예가 아니라 용병인데. ^^
  • 자유로운 2017/03/25 23:19 #

    저런 식으로 용병을 끌고가면 경제는 타격이 컸을 텐데 참 저 시절 무시무시했군요.
  • 슈타인호프 2017/03/26 09:53 #

    프로이센 식의 "강제징집"은 멀쩡히 일 잘 하는 자국민은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자원자, 부랑자, 외국인 등이 대상이었죠. 자국민은 돈 벌게 해서 세금 걷어야 하니까 징집하지 않았습니다.
  • 아빠늑대 2017/03/26 10:16 #

    바로 위 슈타인호프님 덧글대로에요. 그리고 사실 용병 직업을 갖는 직업군은 제대로 된 기반이 없는 사람들이죠.
  • 빛의화살 2017/03/26 01:35 #

    프랑스외인부대는 현재 외국인모병이지 용병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정규군내의 용병부대라면 차라리 구르카가 전통적인 용병개념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요? 프랑스외인부대를 용병이라 하면 현대 미군의 모병도 용병이죠.

    국민개병제의 징병된 군대에 비교하면 모병제 군대는 용병개념이 안끼일 수 없겠지만요.
  • 슈타인호프 2017/03/26 09:54 #

    프랑스 국적이 없는 외국인만 입대 자격이 있으니 단순 모병이라고 하기는 곤란합니다.
    프랑스 국적자는 장교로밖에 입대할 수가 없습니다.
  • 아빠늑대 2017/03/26 10:17 #

    위에 슈타인호프님 말씀대로 외국인 대상이니까요. 최근에는 걸러내지만 예전에는 전에 뭔짓을 했는지 조차 묻지 않았었고요. 당연히 구르카도 용병이라 할 수 있겠죠.
  • 호랭총각 2017/03/27 00:38 #

    완결되었군요!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 아빠늑대 2017/03/27 13:28 #

    감사합니다. 어쨌거나 완결시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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