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왜 남침을 승인했을까? by 아빠늑대

알다시피 소련은 북한의 남침을 달가워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굳이 나서서 미국과 불편한 상황을 만들 필요가 없을 뿐더러 김일성에게 전해진 편지에서처럼 남쪽 사람들이 딱히 혁명이 관심이 있다거나 혁명을 수행할만한 민중봉기등이 일어나 전쟁의 요구를 수용할 근거가 마련되지도 않았고, 스탈린이 보기에 북한은 전쟁에 준비가 부족해서 자칫 장기전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고 그렇게 된다면 세계대전으로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쯤은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49년이 되면 스탈린의 생각이 바뀝니다. 물론 김일성이 주구장창 스탈린에게 징징대기는 했지만 스탈린이 그런 징징거림으로 마음을 돌릴만한 사람은 아니죠. 강철의 대원수는 허명이 아닙니다. 사실 그는 진성 공산주의자도 아니었죠, 그저 리얼리스트였을 뿐. 어쨌거나 그가 생각을 바꾼 이유는 중국 때문이었습니다. 중국의 마오가 중국 본토를 꿀꺽했거든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면 사실 스탈린은 국민당과 협약을 맺어 중국의 다롄과 뤼순의 항구, 장춘의 철도 이용권을 가지고 있었어요.

네, 스탈린은 공산주의자가 아니라고했죠? 그는 마오를 도와 공산혁명을 일으키는 것 보다 자신의 러시아가 가지는 부동항과 안정된 국경이 더 중요했습니다. 그런데 마오가 덜컥 중국을 먹어버렸어요, 가능성이 낮은 상황이 벌어진겁니다. 당연하게도 국민당과 맺은 협상은 다시 공산당과 맺어야했고 마오는 1949년 12월에 스탈린을 방문해 그 권리들을 다시 회수해 갔어요. 스탈린은 주기 싫었겠지만 체면이 있는데 어쩌겠어요.

그러니 이제 딴데로 눈을 돌려야 했고, 그의 이익선에는 바로 북한이 있었던거죠. 북한이 한반도를 침략해 통일해 버리면 러시아는 지원에 대한 댓가로 시베리아에서 극동으로 이어지는 수송 라인과 남쪽의 부동항을 얻을 수 있었던겁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지금 제주도와 부산항에는 러시아의 극동함대가 머무르고 있었겠죠. 그런데 전쟁이란 모르는 겁니다, 스탈린이 김일성에게 반대했을 때도 준비가 덜 되어 있다는 것이 근거였는데 아무리 급히 지원한다 해도 한계가 명확합니다.

그리고 그에따라 전쟁이 길어지거나 혹은 미군이 개입해서 전쟁에 패한다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미군이 바로 자신들의 코 앞에 주둔하여 위협적인 존재가 된다면 중국으로서는 러시아의 협조를 구하지 않을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다시 장춘과 뤼순 다롄을 얻어올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져도 이익, 이겨도 이익이라는 시나리오죠. 그리고 이런 시나리오대로 전쟁은 일어났고 소련은 뭘 해도 이익... 이 아니지요. 전쟁이란 예측불허 입니다. 소련은 딱히 이익이랄게 없었고, 되려 마오로 인해 북한에 대한 영향력도 반감되었죠.

세상 일이 모두 계산되로 이어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역사는 언제나 그렇지 않다는걸 가르쳐주죠. 근데 이걸 역사에 넣어야 하나 잡담에 넣어야 하나 모르곘군요. 역사로 하기에는 부실하고, 잡담으로 넣기에는 아까운데. 뭐... 일단 잡담으로.

덧글

  • 호랭총각 2017/04/12 14:55 #

    막연하게만 알고 있었는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오늘도 역사지식 하나 배워갑니다!
  • 아빠늑대 2017/04/13 15:37 #

    감사합니다.
  • 검은불길 2017/04/12 16:21 #

    그런 결말이 난 이유가 스탈린이 겪은 주요 전쟁이 적백내전, 2차 세계대전 같은 '너가 죽거나 내가 죽거나' 같은 최종 결전이 많아서 설마 애매하게 휴전으로 종료되는 상황을 예상 못한 게 아닐까....... 상상하기도 합니다.(뭐, 애매하게 끝난 겨울전쟁도 있긴 하지만)
  • 아빠늑대 2017/04/13 15:38 #

    오히려 반대이지 싶어요, 처음 김일성이 징징거릴때 했던 말 중에 하나가 웅진반도와 개성쪽까지 얻는 정도의 전쟁이었거든요. 그런데 예상보다 너무 잘나갔고, 예상보다 너무 잘 깨지는 통에 일이 확 틀어졌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 자유로운 2017/04/12 16:48 #

    세상일 모르는 법인지라... 저쪽도 거스름돈 계산 실패했군요.
  • 아빠늑대 2017/04/13 15:38 #

    인간의 예상이라는 것이 그정도인가봅니다
  • 에르네스트 2017/04/12 19:36 #

    IF로 한국전쟁에서 북한이 먼지나게 털리고서 북진할때 한 39도선 약간 아래나 황해도~강원도 북쪽경계까지 밀고 올라간다음에 소련이나 중국하고 휴전이나 정전협약했으면 스탈린이 원하던거 처럼 되었을지도 모르죠?
    (그쯤털리면 소련이 북한보고 지금의 라선특별시 쪽(일제시대에 만주국하고 연결하는 좋은위치의 항구라서 개발하던 곳이기도 했으니) 땅 내놔라! 그러면 지원해주지! 해도 닥치고 받아들여야할판이었을테니)
  • 아빠늑대 2017/04/13 15:39 #

    처음에 김일성이 징징거릴때 초기안이 웅진반도와 개성까지 침공이었어요. 그정도였더라면 적절했을지도 모르겠는데 너무 잘 내려갔고, 잘 내려간거에 비해 또 결과를 못 냈고, 또 그런 상황에서 또 너무 잘 깨져서 ... 이런 싸움이 참 드물죠.
  • 정호찬 2017/04/13 19:17 #

    설령 혹부리가 남한 다 먹었어도 그 막가는 종자들이 부동항을 순순히 제공했을지(...)
  • 아빠늑대 2017/04/14 09:57 #

    먹은게 많아서 줘야했을겁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면 김일성이 뻣대기는 어려운 환경이지요. 더더구나 스탈린!! 자고로 공산주의 세계가 자국 위주로 돌아간 시절은 그 대원수가 죽은 이후의 일이었지요.
※ 로그인 사용자만 덧글을 남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