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일본을 끌어들이려 조작했는가? by 아빠늑대

책이 하나 눈에 띄더군요. 그런데 읽어보니 '미국은 정의롭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 하기 위해 사실과 거짓을 뒤섞고, 반미적 취사선택을 한 책이더군요. 저자가 그런 종류의 사람은 아닌걸로 아는데 일본 우익의 주장을 그대로 가져다 씁니다. 아니, 그대로라고 하면 너무 과하지만 어쨌거나 그들의 논리대로 흘러갑니다. 그 중에 하나가 미국이 전쟁에 참여할 명분을 얻기위해 진주만을 내어 주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쟁은 몇몇의 이익을 위해서다, 뭐 그런거였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미국이 정말 진주만을 내어주었을까요?


첫번째. 미국의 막대한 피해.

솔직히 말해서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할 때, 진주만의 드라이독과 유류 저장고를 폭격하지 않은 것은 천운에 불과합니다. 우연과 우연이 겹쳐 일어난 일일 뿐, 대부분의 확률은 드라이독과 유류 저장고를 폭격하는 것이 수순입니다. 만약 그들의 논리대로 되려면 일본은 일부러 미국이 부활할 수 있게 그 부분은 빼두고 폭격했다는 것이 됩니다. 당연히 전혀 사실이 아니죠. 우리로 치면 북한이 도발을 하도록 만들어 국민적 안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월성 원전을 폭격하도록 유도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말입니다.

당시 진주만은 미국 태평양 함대의 메인 베이스였고, 여기에는 각종 군수품과 2개월간 사용할 수 있는 유류까지 몽땅 집적되어 있었습니다. 삼국지로 치자면 원소의 군량이 쌓여있던 오소나 마찬가지인데 여기를 내어준다고요? 실제로 진주만 공습 이후 미국은 다시 전쟁 준비가 될때까지 상당히 힘든 고난의 행군을 해야 했습니다. 이 시기 일본은 그런 상황을 틈타 태평양과 동남아의 상당 부분을 침략해 들어갔고요. 말은 쉽게 하지만 미군이 이런 분위기를 뒤집는데는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두번째. 진주만의 미국 함선들은 죄다 구식이었다?

실제로 신형(?) 항공모함들은 죄다 빼돌리고, 구식 전함들을 모아다가 침몰시켜 전쟁 분위기를 만들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미국의 신규 전함이 대서양에 있었다는 것도 근거중에 하나로 드는데, 정작 왜 구식(?) 전함인가에 대한 고찰은 없습니다. 전쟁 전까지 세계는 <워싱턴 해군 군축조약>에 묶여 있었습니다. 1921년 각국의 국력에 따라 정해진 비율에 따라 함선을 보유할 수 있었고 이것은 일본이 1936년 탈퇴할때까지 이어집니다.

당연히 신형 함정은 1936년 이후에서 부터 건조되기 시작한거였고, 일본의 경우 야마토가 전조되기 시작헀을 때 미국은 노스캐롤라이나가 만들어지고 있었죠. 전함 만드는거 그리고 운용하는게 한 한달쯤 만들어서 내일 모레 띄우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그 전에 미군이 보유했던 전함은 총 24척으로 대서양과 태평양에 각각 12척씩 나눠져 있었습니다. 신형함이 대서양에 있기는 헀는데 2척 뿐이었고 당시 진주만의 미군 전함은 그대로 미국 전력의 절반이나 마찬가지였다는 말입니다.

이러면 그 작은 근거 하나를 가지고 크게 뿜어대는 사람이 나옵니다. "봐라! 신형함 2척은 대서양에 있지 않았느냐?" ... 대서양에 있던 이유는 그냥 미국의 전함 만드는 조선소가 대서양에 인근한 버지니아 뉴포트 조선소였기 때문일 뿐입니다.


세번째. 항공모함은 다 살았다, 이소쿠로도 항모를 못잡은걸 한탄했다.

지금 결론을 내두고 과정을 끼워 맞추니까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애시당초 이 당시는 항공모함은 그저 보조함에 불과했고, 해전은 전함에 의한 함대결전이 가장 매인이었습니다. 미국이나 일본이나 마찬가지에요. 그런데 일본은 왜 항모를 그렇게 잘 썼냐? ... 그 이유는 전함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방금 위에서 이야기한 워싱턴 군축조약 때문에 일본은 12척의 전함만을 가지고 있었어요, 건조중인 것 포함해서 말이지요.

위에서 미국도 태평양에 전함이 12척이 있다고 헀죠? 바다에서 싸울때는 상대방보다 하나 더 많은게 다 이기는 결과를 가져오는데 일본으로서는 전함이 부족했기 때문에 항모를 적극 활용한겁니다. 영국의 타란토 공습이 샘플이 되어 주었고요. 실제로 일본은 이후 항모 전술을 발전시키는것 보다 큰 함선을 더 우선시 했고, 야마토급 함선들을 찍어내는데 더 골몰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전화를 피한 미국의 항공모함은요? 일부러 빼돌렸을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미국의 항모중 하나인 엔터프라이즈는 날씨 때문에 늦게 입항했고 (원래대로라면 7시 30분에 입항했고 침몰한 함선중에 항모도 있었다는 기록을 내어줬을겁니다) 그 덕분에 살아난겁니다. 그리고 다른 한척의 항모인 사라토가는 샌디에고에서 정비중이었고, 렉싱턴은 미드웨이로 항공기 수송에 나서고 있었습니다. 기획한거였다면 그냥 한꺼번에 훈련 나갔다 들어오면 그만이지요.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미국이 정말 근대적 전함은 버리고 신무기 항모를 적극 활용하려 했다면 당시 미국의 항모에는 수준급 전투기가 실려 있었어야 했습니다. 항모는 그냥 항공기가 있는 공항에 불과한거고 실제로 전투는 항공기가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대단하게 이용하려고 하는데 그 위에 실린 항공기는 F2A 버팔로. ... 이걸로 항모 단독 전력화를 시도한다고요? 미군이 바보입니까? 일본은 우습게 봤다 치더라도 타국의 전투기들 보다 우월한 점이 없는데 이걸로?

실제로 이후 전함이 없어 어쩔 수 없이 항모를 이용한 전술을 써야하자 급급히 F4F로 교체헀고, 이후로 일본의 전투기를 확실하게 상대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추는건 한참뒤에 F6F나 F4U가 나올때야 가능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수세적일 수 밖에 없었어요.


네번째. 미국은 일본의 모든 암호를 해독하고 있었다.

확실히 미국은 일본의 J시리즈 암호를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암호를 아는 것과 전쟁 정보를 아는것 사이에는 거리가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기관에서 사실과 거짓이 뒤섞인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그 내용을 사실과 거짓 그리고 유용함과 불필요를 구분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솔직히 암호를 해독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당시 분위기를 생각해 보면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게 더 어려웠습니다. 신문기자도 알 수 있는 국가의 상황을 루즈벨트가 몰랐겠어요?

문제는 전쟁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있는거죠. 1941년 11월 27일 미 육군 참모총장 마셜은 워싱턴에 보고하면서 "...버마, 태국, 말레이시아, 네덜란드 령 인도차이나, 필리핀, 소련의 연해주이며, 이들 중 어느 곳을 공격할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라고 했습니다. 진주만도 수많은 보고속에 존재했지만 말 그대로 수많은 보고속에 있었고 상식적으로 미 본토에 대한 공격보다는 석유와 고무를 확보할 수 있는 동남아를 공격할 것이라 예상하는게 이상한건 아니었습니다.

일본의 늦은 선전포고는 미국의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만약 진주만을 공격할 것을 알았다면 모르는 척 할 필요없이 그냥 전투 대응만 하고 있었으면 됩니다. 굳이 알토란 같은 전함들을 수장시킬 필요도 없었고, 적의 공격에 대응하기 시작하면 그대로 전쟁에 돌입하게 됩니다. 굳이 그런 모험을 할 이유가 없어요. 반전 분위기가 팽배했다 하더라도 자국이 공격받는데 반전을 외칠 수 있는 강심장은 별로 없습니다. (물론 진주만 공습 이후 전쟁 반대를 했던 강심장이 한명 있기는 했습니다)




진주만 공습은 단순히 일본이 잠자는 사자의 콧털을 건드린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그 공격으로 잠자던 사자는 팔다리가 다 날아가고, 이빨은 반토막이 났습니다. 겨우겨우 힘을 비축하며 버티다가 상대방이 큰 실수를 저지르고 나서야 반전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주축국도 큰 실수를 저질렀는데 일본이 공격을 했고 그게 성공하자 독일은 거기에 고무되어 바로 미국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이건 큰 실수중에 실수였지만 당시 히틀러의 눈에는 미국도 털어주는 동맹국이 이제 우리와 손을 잡고 러시아 뒷통수를 때려주는 극적 반전을 일으켜 줄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만약 미국이 그저 스크래치나 나는 정도였다면 히틀러가 그랬을까요? 물론 히틀러도 속여먹었다라고 한다면 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히틀러도 속을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요.

어쨌거나 결과에 과정을 끼워 넣으면 상황이 이상하게 변합니다. 피해야 할 일이지요.

덧글

  • Fatimah 2017/04/17 20:33 #

    반신불수 될 각오로 자신의 살을 내준 악당이 결국 주인공들을 이겨버리는 스토리라면..

    인간성을 버리면서까지 마지막까지 발버둥친 '영웅들' 보다는 악당이 더 주인공처럼 보이겠네요.
  • 아빠늑대 2017/04/17 21:21 #

    사실 그냥 싸워도 이기는데 투쟁심을 얻으려고 굳이 팔다리를 잘래내주고 분기탱천의 마음을 일으켜... 이건 그냥 바보져 뭐
  • 파리13구 2017/04/17 20:57 #

    실제로 미국은 자신이 정의롭다는 것을 건국 시절부터 이데올로기로 삼았는데 말입니다.
  • 아빠늑대 2017/04/17 21:22 #

    사실 정의롭다고는 못하겠지만 정의롭지 않다고 해서 저런식으로 비약할 것도 없는거죠
  • 존다리안 2017/04/17 21:00 #

    별별 불쏘시개가 다 설치는 게 국내 출판업계이지 말입니다.
    그래서 책 만큼은 "보수적으로" 가려서 보는 게 상책입니다.
  • 아빠늑대 2017/04/17 21:22 #

    문제는 저자가 아주 나쁜 저자는 또 아니란 말이죠.
  • 무명병사 2017/04/17 21:07 #

    혹시 ㅇㅎㅈ이라는 사람인가요.
  • 아빠늑대 2017/04/17 21:22 #

    한국인? 그러면 아니에요.
  • 자유로운 2017/04/17 21:07 #

    일본애들 자료는 주화입마 걸린게 많아서 안거르면 큰일인데 그걸 그대로 썼다면(...)
  • 아빠늑대 2017/04/17 21:22 #

    외국인이 저자입니다. 일본 자료를 가져다 썼다기 보다는 그 사람이 그렇게 삐딱하게 봤나봐요
  • 자유로운 2017/04/17 21:27 #

    그건 그것대로 큰일이네요(...)
  • 정호찬 2017/04/17 23:29 #

    몇년 전에 이런 거 떠들던 Q에게 저런 피해 입으면서 전쟁 유도 하느니 미리 매복했다 영해 침범하는 순간 기습해서 결단 내는 게 실용적이고 명분도 건지지 않느냐라고 했더니 전쟁 피해를 키워서 극적 효과를 내려고 한 거랍니다. 니미 그놈의 극적 효과 두번만 했다가 미 본토에서 방어전 치르고 루스벨트 탄핵 먹겠네.

    근데 저자가 혹시 일본인인가요? 오치아이 노부히코면 남극의 나치가 UFO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터라 몽둥이말고 답이 없을 겁니다.
  • 아빠늑대 2017/04/18 10:32 #

    전형적으로 결과를 가져다 놓고 과정을 끼워 맞추는거죠. 그 외에 일어났던 수많은 변수들이 그들의 눈에는 삭제해도 될 값으로 보이는 것이겠지요. 그리고 일본인 저자 아닙니다. 일본인 저자라면 차라리 원래 그런놈이거니 했겠죠
  • 호랭총각 2017/04/17 23:58 #

    저도 그 책 소개를 신문에서 본 거 같은데 말이죠. 뭔가 이건 아닌거 같다라고 생각만 했더랍니다. 지식이 부족하니까 반박은 못하겠고 답답했었는데, 또 이렇게 해결이 되는군요. ㅎㅎ
  • 아빠늑대 2017/04/18 10:33 #

    사실 진주만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반박은 너무 흔한데 왜 저자가 저런걸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지 아직 모르겠습니다.
  • 검은불길 2017/04/18 01:09 #

    아마 자크 파월의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맞나요?
  • 아빠늑대 2017/04/18 10:33 #

    네, 알고 계시네요. 그 저자분이 원래 그런분이 아닐건데 이상하네요. 아직 조금 더 읽어봐야겠지만 말입니다.
  • 전위대 2017/04/18 18:18 #

    무슨 책인지 짐작가네요. 냄새가 나서 구경만하곤 안 샀는데...
  • 아빠늑대 2017/04/18 22:28 #

    완전히 구린책은 아닌데... 거참 ... 뭐랄까 싶네요.
  • rumic71 2017/04/19 15:45 #

    그런데 처칠 회고록 보면 공습 몇 시간 전에 미국으로부터 일본함대의 출진 정보를 받았다는 기술이 나옵니다.
  • 아빠늑대 2017/04/19 19:23 #

    출진 정보는 다들 압니다. 미드웨이에서도 일본함대의 공격은 알고 있었지만 그게 어디로 가느냐는 알 수 없었기에 역정보를 흘린것이고요. 애시당초 그 큰 함대가 항구에서 나가 방향을 잡는데 전혀 모른다면 전쟁 포기해야죠. 당시 미군이 예상한 일본군의 공격 포인트는 동남아 일대와 미드웨이, 괌 등도 공격 예상지점에 포함시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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